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점포 수를 4분의 1로 줄이는 지점 통폐합 실험을 했다. 디지털 시대 대면거래가 급감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물론 고객과 직원들이 대규모로 이탈해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7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객과 지점 이탈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 126개 소비자금융 점포 중 90곳을 통폐합한 뒤 받아든 성적표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점포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지만 디지털 역량과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에 씨티은행을 떠난 고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점포 70% 넘게 줄이고도 순항하는 한국씨티銀
박 행장은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 옴니채널 체계 덕분에 적은 지점으로도 소비자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디지털 영업을 적극 강화한 것이 고객 이탈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6월 간편함을 극대화한 ‘씨티 뉴 인터넷뱅킹’을 출시하고, 자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인 ‘씨티모바일’을 지속적으로 개편하면서 비(非)대면 영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지점을 찾기 어려운 WM 고객을 위해서 올초에는 원격거래서비스를 내놨다. 이는 태블릿PC를 든 상담전문직원(RM)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영업과 상담을 하는 서비스다. 요청이 있으면 RM들이 고객을 찾아 ‘재무 왕진’을 가는 셈이다. 근무 시간도 유동적이다. 고객이 원하면 오후 7시까지도 찾아간다. RM은 단순한 금융상품 설명을 떠나 투자·보험·세무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한다. 박 행장은 “앞으로 전문 교육과정을 거친 일반 행원을 RM으로 전환해 상담전문인력을 대폭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점포를 줄이면서 임차료 등 관리비가 연 100억원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며 “2020년까지 신규 고객의 80%를 디지털 채널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이 크지 않아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WM 서비스도 확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2020년엔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액 자산가들의 WM 서비스를 상당 부분 제공할 예정”이라며 “연내에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해 앱에서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