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한부모 가정 양육비 지원도 강화…민법상 '부성 원칙' 개선키로
[저출산 대책] 결혼 안 하고 애를?… 비혼 출산 '색안경' 벗긴다
정부가 비혼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없애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저출산이 주거비, 교육비, 경력단절, 장시간 근로, '독박 육아'에 대한 걱정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기피뿐만 아니라 비혼 상태의 임신이 대부분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사회문화와도 관련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가 저출산 대책 콘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비혼 출산·양육, 한부모 양육 지원책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엄마가 비혼 상태인 출생아 비율(비혼출산율)은 2014년 기준 1.9%로 OECD 평균 39.9%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애를 낳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비혼출산율이 극히 낮다.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출산하더라도 입양시키는 경우가 대다수다.

2016년 입양 아동 가운데 비혼모 아동은 전체의 91.8%를 차지했다.

비혼, 사별, 이혼 등의 사정으로 한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가정도 비혼 양육에 대한 편견과 열악한 경제적 여건으로 자립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한부모 가정의 47%는 저소득(중위소득 52% 이하) 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부모라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아동양육비를 올리기로 했다.

중위소득 52% 이하 한부모 가구에 지원되는 아동양육비는 만 14세 미만 아동에게 월 13만원씩이었으나, 내년부터 만 18세 미만 아동에게까지 월 17만원씩 지급한다.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 중위소득 60% 이하 24세 이하인 청소년일 경우에 지급하는 양육비도 월 18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비혼 출산·양육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문화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아버지가 자녀 존재를 인지해도 종전의 성(姓)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자녀의 성이 아버지의 성으로 변경된다.

사실혼 부부도 법적 부부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고, 주민등록표상에 계부·계모 등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게 법과 제도가 개선된다.

또 혼인 여부에 따라 취업·직무 지원 등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의 임신·출산·양육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원스톱 상담창구도 운영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저출산 대책을 언급하며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동거커플의 출산 지원, 문화와 의식 변화 등을 주문한 바 있다.

위원회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원칙적으로 따르는 '부성 원칙주의'의 수정, 혼인 여부에 따라 신분을 규정하는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상 문제, 사실혼에 대해 법률상 결혼과 동등한 제도적 혜택을 주는 '동거관계 등록제'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들은 사회 합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국민 의견을 계속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오는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여성가족부 등이 개최하는 '차별 없는 비혼 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포럼에서 그간 검토한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