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기지·美 수출주문에 의존 구조…IT 전자산업 직격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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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샌드위치 신세인 대만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6일부터 미국과 중국 간에 관세가 발효되면 무엇보다 중국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 대만 기업들이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5일 대만 국책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CIER)이 최근 대만 제조업체 31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51.8%의 기업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우중수(吳中書) 중화경제연구원 원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지금은 대만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일부 업체는 수혜를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 세계 무역이 영향을 받게 되면 수출에 의존하는 대만 경제는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경제부가 최근 개최한 미중 무역전쟁 대책회의에서도 무역전쟁 발발 시 중국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계, 전기설비, 자동차 부품, 공학기기 4대 중간재 상품이 받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대만 경제전문가들은 대만이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와 같은 대(對) 미국 수출 공급망에 속해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만산 반도체와 IT 제품 수출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중국 생산기지와 미국의 수출주문에 의존해온 대만 전자산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제품의 37%가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조립, 가공한 제품들이다.

폭스콘이 중국 공장에서 아웃소싱해 생산하는 애플 아이폰의 경우도 표면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쑨밍더(孫明德) 대만경제연구원 주임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대만 기업이 경쟁력을 지니는 전자산업"이라며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 출하지를 대만으로 바꾸거나 대만에서 실제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각지에 공장을 둔 폭스콘(훙하이정밀) 등 대만 기업들이 대만으로 공장을 이전하려 해도 이를 수용할 부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미국 현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개리스 레더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을 국가"라면서 "중국내 스마트폰 수요가 하락하면 대만 중간재 부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단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제조업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 생산체계에 진입해 미국과 새로운 연계를 구축하거나 유럽,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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