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축구대표팀이 1일 열린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로 정규 경기시간 90분간 돌린 패스는 770개. 이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703개를 훌쩍 넘는 개수였다. 연장 전·후반까지 합하면 스페인은 무려 1029개의 패스를 완성했다.

미국 야후에 따르면 러시아가 조별리그 예선 3경기와 이 경기를 포함해 기록한 패스는 모두 1027개. 스페인은 러시아의 네 경기 합계보다 많은 패스를 16강전 한 경기에서 주고받았다. 공격 점유율도 74% 대 26%로 스페인이 압도적이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전술)가 고스란히 적용된 경기였다. 스페인은 티키타카 축구로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8과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 러시아는 이날 10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티키타카 공략법을 세계에 공개했다.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러시아는 120분 내내 촘촘한 수비벽을 세웠고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력화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날 총 146㎞를 뛰었다. 대부분의 활동량이 수비에서 사용됐다. 앞서 90분 동안 118㎞ 뛴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잡은 과정과 흡사했다. 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수 간 간격으로 알려진 7~8m를 경기 내내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1-1로 경기가 끝난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27·대구FC)의 별명(대구 데 헤아)의 ‘원조’격인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진도 스페인으로선 아쉬움으로 남았다. 순발력으로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데 헤아는 이날 뚜렷한 실책을 범하진 않았지만 승부차기에서 단 한 골도 막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는 경기 내내 안정적인 선방과 함께 승부차기에서도 두 골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스페인은 이날 패배로 월드컵 개최국 상대로 4전 전패를 기록하며 ‘개최국 징크스’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 열린 크로아티아-덴마크전도 1-1 무승부로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렸다. 양팀이 두 차례씩 실축한 가운데 크로아티아 골키퍼 슈비시치가 덴마크의 마지막 키커 니콜라이 예르겐센을 막아내고 크로아티아의 이반 라키티치가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차기 3-2로 크로아티아가 8강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