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4-3 승리…8강行
스페인, 개최국에 4전 전패
크로아티아도 승부차기 승
미국 야후에 따르면 러시아가 조별리그 예선 3경기와 이 경기를 포함해 기록한 패스는 모두 1027개. 스페인은 러시아의 네 경기 합계보다 많은 패스를 16강전 한 경기에서 주고받았다. 공격 점유율도 74% 대 26%로 스페인이 압도적이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축구 전술)가 고스란히 적용된 경기였다. 스페인은 티키타카 축구로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8과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 러시아는 이날 10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티키타카 공략법을 세계에 공개했다.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러시아는 120분 내내 촘촘한 수비벽을 세웠고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력화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날 총 146㎞를 뛰었다. 대부분의 활동량이 수비에서 사용됐다. 앞서 90분 동안 118㎞ 뛴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잡은 과정과 흡사했다. 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수 간 간격으로 알려진 7~8m를 경기 내내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1-1로 경기가 끝난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 수문장 조현우(27·대구FC)의 별명(대구 데 헤아)의 ‘원조’격인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진도 스페인으로선 아쉬움으로 남았다. 순발력으로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데 헤아는 이날 뚜렷한 실책을 범하진 않았지만 승부차기에서 단 한 골도 막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는 경기 내내 안정적인 선방과 함께 승부차기에서도 두 골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스페인은 이날 패배로 월드컵 개최국 상대로 4전 전패를 기록하며 ‘개최국 징크스’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 열린 크로아티아-덴마크전도 1-1 무승부로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렸다. 양팀이 두 차례씩 실축한 가운데 크로아티아 골키퍼 슈비시치가 덴마크의 마지막 키커 니콜라이 예르겐센을 막아내고 크로아티아의 이반 라키티치가 골망을 흔들면서 승부차기 3-2로 크로아티아가 8강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