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이고 간결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그 속에서 예술을 찾아내야만 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대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예술적인 영화와 상업적인 영화 사이에서 무엇을 만들지 갈등을 겪지 않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그렇다”고 답했다. 상업과 예술을 대립하는 성질로 구분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일이다. 그간 스필버그가 연출해온 영화들은 언제나 최대 다수 관객의 만족을 목표로 하는 상업영화였다. 동시에 어떤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그 속에서 예술적인 요소를 발견하고야 마는 것이 스필버그의 힘이고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상업과 예술, 설사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지라도 결국 만나기 마련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영상매체의 목적은 간단하다. 보는 이를 얼마나 만족시킬 것인가, 그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스토리에 감명을 받고, 어떤 이는 미장센(장면 구성) 등 형식적인 요소에 집중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상에게 감흥을 주는 영상은 하나의 미학을 형성한다. 광고는 시청자에게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하게 제품의 장점을 알리거나 구매를 강변하는 것 이상의 울림을 남기는 광고를 종종 접한다. 광고 역시 하나의 영상매체라는 점에서 짧은 시간 동안 미학적인 감동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정보 전달과 제품에 대한 호소, 그리고 형식적 완결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압축적인 매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광고는 형식미가 돋보이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넥쏘 광고는 몇 가지 간명한 키워드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디자인이다. ‘넥쏘’라는 한 줄의 내레이션과 함께 영상은 보라색 바탕의 실루엣으로 시작한다. 차의 실내 디자인과 함께 계기판의 모습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여준 후 카메라가 밖으로 빠져 차의 전체적인 윤곽과 굴곡을 드러낸다. 넥쏘 광고 시리즈의 전체적인 방향은 단순함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다. 수소전기차라는 미래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라는 측면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 설정은 적절해 보인다. 마치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2010)을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조명을 강조한 형광톤의 실루엣만 살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일종의 사이버펑크 장르에 속하는 ‘트론: 새로운 시작’은 전자세계에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아낸 만큼 사이버 공간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인 영화다. 영화가 사이버 공간을 구체화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어둠을 배경으로 빛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넥쏘의 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어두운 공간에 실루엣과 조명이 강조된 차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넥쏘 광고 시리즈는 각 키워드에 맞게 단순화한 색조를 부각시켜 하나의 배경으로 활용한다. 두 번째 키워드 ‘HIDE&SEEK’에서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하나의 뮤지컬 시퀀스처럼 구성했다. 분위기에 맞춘 밝은 베이지색 무대에 차 한 대와 사람 한 명, 그리고 네 개의 형광등 기둥을 배치해 마치 설치 미술에 가까운 조형을 선보인다.

시청자가 미술관에서 익히 보아왔던 작품들과 기시감을 느껴 대상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이처럼 단순하고 미니멀리즘적인 개념이 확실하게 선 후에는 얼마든지 시리즈로 변주될 수 있다. 세 번째 키워드 ‘FUTURISTIC’에서는 그야말로 ‘트론’ 영화를 보는 듯한 빛의 길이 그려지고 넥쏘의 자동주행 기능이 선보인다. 네 번째 키워드 ‘3rd EYE’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기능을 강조하는데 실제 도로가 아니라 마치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주행실험처럼 재현하고 있다. 일련의 이미지들은 ‘눈앞의 미래’라는 광고문구 자체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옮긴 것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이미지는 설명이 아니다.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틀, 하나의 단어라고 해도 좋겠다.

넥쏘 광고의 이미지 전략은 마치 뺄셈과 같다. 설명을 보태고 스토리를 만드는 대신 최소한의 요소들만 남겨 여백의 미, 상상의 가능성을 자아낸다. 본래 미장센이 간결해질수록 이미지는 선명하고 강해지는 법이다.

‘미래’라는 키워드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송경원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