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제조기업인 현대사료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증시에서 사료업종이 남북 경협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는데다 지난달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들이 공모주 확보에 나서면서 청약 열기가 달아올랐다.
현대사료 상장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는 24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들에게서 공모주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1690 대 1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청약금액의 절반을 미리 내는 증거금으로는 1조7023억원가량이 모였다. 현대사료는 앞서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인 수요예측에서도 83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인 6600원으로 확정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이 정도로 높게 치솟은 건 2009년 6월5일 상장한 어보브반도체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어보브반도체는 청약 경쟁률이 2423 대 1을 기록하며 희망 공모가 범위인 2500~3000원보다 높은 3300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현대사료 주식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사료주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대북 지원이 현실화되면 사료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올랐다. 현대사료는 양돈·양계 사료를 제조한다. 지난해 매출은 871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국내 60여 곳의 사료기업 중 15위권이다.

지난달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도 공모주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며 청약 열기를 달구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출시 한 달 반 만에 2조5000억원이 몰렸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 30%를 우선배정받을 수 있는 펀드다. 대신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해야 한다.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지정 해제된 지 7년 미만 기업 주식으로 채워야 한다. 초기 주가 상승률이 높은 공모주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역은 “당분간 공모주를 더 많이 받으려는 코스닥벤처펀드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펀드 간 경쟁으로 청약 열기가 과도하게 뜨거워지면 상장 후 투자 손실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