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금융 활성화 방안…평가·관리·회수 가능한 인프라 마련
정책금융·세제혜택으로 은행·기업 유인…동산담보대출 2020년까지 12배로
기업이 부동산이나 보증 외에도 기계·설비,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각종 자산을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한다.

또 동산 담보 대출을 적극 이용하도록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을 통한 인센티브를 준다.

이를 통해 현재 2천500억원 수준인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3년 내 3조원, 5년 내 6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런 내용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소기업 자산 구성은 동산이 38%, 부동산이 25%, 현금 등 기타 자산이 37%였다.

그러나 담보 대출 비중을 보면 94%가 부동산이고 동산은 0.0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자산에선 기계·설비나 매출채권과 같은 동산 비중이 가장 큰데, 대출담보로는 극히 일부만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거절 사유 1위는 담보 부족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은 부동산과 달리 기업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 창업기업이나 초기 중소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동산 담보의 평가·관리·회수 인프라 마련

동산은 담보물 가치 평가와 관리가 어렵고 부실이 날 경우 담보물 매각을 통한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다.

기업대출이 부동산·신용대출에 집중된 배경이다.

정부는 먼저 동산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 주도로 은행권 공동 전문평가법인 공개 풀(pool)을 구성한다.

전문평가법인은 은행에 해당 동산 자산의 담보 적합성과 거래 가능 시장, 설정된 권리관계 분석 등 정보를 제공한다.

신용정보원은 이 같은 평가정보와 관리정보, 회수정보 등을 은행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담보물 관리를 위해 담보물에 사물인터넷(IoT) 자산관리시스템 센서를 부착, 담보물 이동이나 훼손, 가동 여부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기업 신용평가회사(CB사)는 해당 기업 영업활동 정보를 통해 동산 회전율이나 정상 가동 여부 등을 확인한 자료를 은행에 수시로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담보로 잡은 동산 자산이 제대로 있고, 작동하는지 등 관리가 수월해진다.

중복 담보를 막기 위해 부동산처럼 등기 증명서를 제3자가 열람하도록 허용하고 불법으로 담보물을 반출·훼손하면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등 법적 권리보장 장치도 강화한다.

대출 사고가 나면 담보물로 대출을 회수할 수 있도록 사적 매각시장을 육성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기계거래소,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유한 매각 동산 정보를 공유한다.

재기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재창업에 필요한 중고 동산 정보를 제공하며 매입자금도 지원한다.

국내에 수요가 없는 동산은 해외매각도 적극 추진한다.

지식재산권은 특허청을 통해 가치 평가와 수익화를 지원하고, 지식재산권 가치평가 비용 지원도 확대한다.
◇ 기업에 금리 혜택 주고 은행은 자금조달비용 줄여줘

기업과 은행이 동산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현재 기업으로선 동산을 담보로 활용해도 금리가 높고 한도도 크지 않다.

또 반기에 1회 이상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고 5년마다 담보권을 재설정하는 등 절차나 관리가 복잡하고 불편하다.

은행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나 충당금 산정에서 이점이 없고 유지관리, 훼손 등 부담과 비용이 크다.

정부는 동산담보대출 이용 기업을 위해 3년간 1조5천억원 정책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을 통해 기계설비 우대대출과 재고자산 우대대출을 새로 만들고 금리 인하와 한도 우대 등 혜택을 줄 방침이다.

신보를 통해 동산담보대출액 50% 범위에서 최대 5억원 보증해 주는 동산담보대출 연계 특례보증도 신설한다.

은행의 취급 유인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을 통해 연 2천억원 규모 동산담보대출 특별 온렌딩을 도입,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준다.

동산 담보 부실채권 조기 상각을 허용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은행이 자체 상각한 대손 금액은 별도 대손금으로 인정해 승인 절차 없이도 법인세 산정 시 손금산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동산 담보 대출 손실률 승인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제공한다.

이밖에 은행의 여신운용체계를 바꿔 제조업에 한정된 것을 모든 기업이 이용할 수 있고, 모든 동산이 담보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모든 대출상품에 동산 담보 취득을 허용하고, 담보인정비율은 원칙적으로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은행권 표준내규를 전면 개정하고, 대출, 보증, 저리의 은행 대출재원 공급 등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또 IoT 활용이나 DB 구축과 같은 인프라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전면 확산하고, 각종 법률 개정 사항은 법무부와 공동 태스크포스(TF)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동산담보시장을 2019년 말까지 1조5천억원, 2020년 말까지 3조원으로 키운다.

금융위는 "은행도 여러 자산을 묶어 담보로 활용하면 경기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작고 경기침체기에도 채무불이행 위험도 낮다"며 "적절히 관리되면 은행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시흥 시화공단 한국기계거래소를 방문해 동산담보 관리 제품을 시연하고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동산 담보 대출 후 부실 시 은행의 면책권과 관련, "절차를 만들고 이 절차를 지키면 면책권이 주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은행에서 절차를 만들 때도 이를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동산 담보물 관리를 위한 IoT 단말기 사용 비용 등 각종 관리 비용은 "세제상 유인이 가능할지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담보 부족으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데 동산 담보가 활성화 되면 기업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대책에 그치지 말고 실제 활성화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