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우)김광수 전 FIU 원장
(좌)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우)김광수 전 FIU 원장
NH농협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 면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또다른 후보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원장도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결국 김 회장이 무혈입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전날 임추위 5차 회의를 열고 김용환 회장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윤용로 회장을 최종 후보 3인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최종 후보에 오르자마자 농협금융 회장 면접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금융이 후보들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후보군 선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윤 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윤 회장은 앞서 농협금융의 제의를 받고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에 취임한 지 2개월도 안 된 데다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세운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각별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을 후보에 남긴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다른 후보인 김광수 전 원장은 최근 사임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후보들이 김용환 회장의 3연임을 위한 '들러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농협금융 측은 임추위 과정은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떻게 후보를 선정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임추위의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한다"며 "후보군 선정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 명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농협금융의 임추위 과정이 지나치게 '깜깜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해프닝도 이런 비밀주의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나 은행들은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이 결정되면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간 정도까지는 비공개가 일반적이라지만 최종 후보군조차 알리지 않는다는 건 의아하다"며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가져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