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확산된다면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무디스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확대하고 광범위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강화할 경우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국내 역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국내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규모는 1421억달러이며 이중 중간재 비중은 78.9%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간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진정한 공포인지를 고민해 볼 필 요가 있다. 즉 금융시장이 무역전쟁 리스크를 다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역전쟁하면 1920년대말 미국 공황을 자주 떠 올린다. 1930년 미국이 자국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무트-할리관세법'을 제정하면서 전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었고 이는 미국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현 트럼프발 무역전쟁을 과거 대공황과 비교하는 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방위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이기 보다는 중국만을 겨냥한 조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의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라는 경제적 목표도 있지만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목표도 있다. 소위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정치적 목적이 일정부문 달성된다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약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3월초 미국이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지만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동맹국 제외하는 이유로 주요국에 대해서 철강관세 인상 조치를 유예시켰다. 사실상 철강관세 인상 조치는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는 모양새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각종 자유무역협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고 대내적으로 주요 지지층으로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통해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보호무역주의라는 지렛대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전면적 무역전쟁에 나설지도 불투명하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측은 즉각적으로 보복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측이 취할 수 있는 보복조치로는 1) 미국 농산물에 대한 무역 보복, 2)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3) 위안화 평가절하, 4) 국채 등 미국 자산매각, 5) 북한 등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입장 전환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중국측은 미국 농축산물 수입금지 조치 혹은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맞대응 보복조치가 미국에 실효성 있는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미중간 무역전쟁이 확산된다면 중국측이 받을 타격이 더욱 커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대립보다는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미국 관세인상 조치에 강한 반발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입장이다. 중국측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축소할 수 있는 조치 혹은 자국 시장의 추가 개방이라는 카드를 통해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무역전쟁 리스크를 과소 평가할 사항은 아니고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임은 분명하다. 다만,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남아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역전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은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화 가치는 안정내지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shpark@hi-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