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의 가격 차이가 2년 만에 최대로 벌어지면서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은 선물의 가격은 올해 들어 3.1%가 떨어진 반면 금 선물의 가격은 3.3%가 오른 상태다.

은 가격이 지난해 7% 올랐지만 금 가격은 그 2배인 14%의 상승률을 보였다.

WSJ 마켓 데이터 그룹에 따르면 금이 현재 은보다 82배 높은 시세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 차가 확대됐다.

이는 10년 평균보다 27% 높은 것으로, 2년 만의 최고치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과 은의 가격 차가 이처럼 벌어진 것을 부정적인 경기 지표로 보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금을 선호하고 글로벌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우려되면 은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금과 은의 가격 차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던 2016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에도 80배를 웃돈 바 있다.

금과 은의 가격 차는 투기세력들이 은의 약세에 베팅하고 있는 점이나 은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딜런 게이지 메털스의 월터 페호위치 선임 부사장은 "현시점에서 은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제련소에서 다량의 은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를 보관할 장소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사인 CME 그룹이 지정한 장소에 보관된 은의 물량은 2월 말 현재 2억5천100만 온스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초와 비교하면 16% 늘어난 것이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세력들이 은 선물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은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 사이에 순매도 포지션은 순매수를 36대 1의 비율로 압도하고 있다.

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3억5천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의 순유출에 해당한다.

세계금위원회(WTC)에 따르면 금 ETF에 유입된 자금은 1천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에 은 ETF에 들어온 자금은 110억 달러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이나 대안자산으로서 은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은은 그리 활발하게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어서 가격 급등락에 취약한 것이 약점이다.

USAA 귀금속·광물펀드의 댄 덴바우 매니저는 "금을 거래하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은에는 큰 헤지 수요가 없다"고 말하고 금이 조금 더 예측 가능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은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수요 가운데 55%가 산업용이어서 은은 일부 트레이더들로부터 구리 등 기초 금속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부정적인 경제지표나 보호무역 정책이 발표되면 구리와 같은 산업용 소재는 통상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경기 둔화가 원자재의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은은 전도체로서 의료기기와 가전제품 등 다양한 용도에 두루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태양광 전지가 빠른 속도로 은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정부가 외국산 태양광 전지에 고율 관세를 매긴 것은 이런 점에서 은 가격에 악재가 된다.

미국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은을 거래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가 주목을 받고 원자재의 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