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형' 현대百 정지선 "홍보팀 힘들수도"…언론 인터뷰도 안 해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끄는 40대 오너 기업인 2명의 상반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철학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재벌 3세 기업인 중에서는 드물게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정용진(49)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달리 정지선(46)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SNS 활동은 물론 언론 인터뷰도 일절 한 적이 없는 은둔형 경영인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해외로 출장을 가 현지 업체를 방문하거나 신세계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을 경우, 혹은 스타필드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개장할 때면 늘 관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열띤 반응을 유도한다.
어린 쌍둥이 자녀의 생일파티나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 같은 소소한 사생활과 관련한 사진도 종종 SNS에 올려 재벌답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이어서 스타필드 개장과 같은 큰 행사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카메라 앞에 직접 나서 자신의 경영철학과 사업계획 등을 스스럼없이 밝히곤 한다.
정 부회장은 이런 활발한 대외활동 덕에 재벌 3세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마치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으며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5만명이 넘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SNS 활동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그룹 홍보활동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자신의 SNS에 새 점포 개장과 관련한 사진이나 신제품 소개 등을 자주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반면 어린 나이에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정 회장은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SNS도 전혀 하지 않아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 있다.
최근 임직원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직원이 "회장님은 SNS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제가 SNS를 하면 홍보팀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우회적 표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는 재벌 총수가 내부 홍보팀을 통하지 않고 SNS를 활용해 대중과 직접 소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설화(舌禍)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과거 트위터 애호가였으나 2010년 트위터에서 문용식 나우콤 대표와 기업형슈퍼마켓(SSM)과 이마트 피자 등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여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또 2011년에는 20인승 벤츠 미니버스를 타고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해 출근하는 사실이 알려져 누리꾼의 비난을 사며 논란이 된 뒤 트위터를 탈퇴, 수년간 SNS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SNS 활동은 장점도 있지만, 사생활이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어서 자칫 말실수하거나 하면 설화 사건에 휘말릴 위험도 있다"며 "정 부회장 외에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재벌 총수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