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400~500억 긴급지원…추경 성장률 확대 효과 있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추가 금리인상을 신중히 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의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선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에는 400~500억원의 자금을 긴급히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안정적 경제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밝혔다. 국내 경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불확실성이 높고 구조적 문제들도 상존해 있어서다.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안정 면에서의 리스크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향후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현재 시장 안팎에선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가 역전돼 나타날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이 1.25%~1.50%인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1.50%)보다 금리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후보자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말씀드리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며 "현재 금리 수준이 높다, 낮다는 평가도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경기 수준이 예상대로 간다면 기준금리는 인상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기조가 국내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고 있다"며 "견실한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통화완화 기조는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 2014년 부임 후 기준금리를 5차례 인하하는 등 저금리 기조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의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며 "그래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비판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유념해야 할 수준까지 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증가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재정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정부는 최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4조원 내외의 추경 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일자리 상황이 안 좋은 때에 여러 장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재정에 여력이 있는 만큼 재정 쪽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재정 역할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구조적 개선 노력을 통해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게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경의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숫자를 제시하지는 못 하지만 추경을 하게 되면 성장과 고용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지난해 11조원의 추경에 따른 성장률 증대 효과가 0.1~0.2%포인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자는 한국 GM공장 폐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 지역에 400억∼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집행한 뒤 추가 지원 여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도 고려할 계획임을 전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현재 지원대출 한도는 5조9000억원 규모로, 지역 내 총생산(GRDP)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차등 배정된다.
이를 두고 잘사는 지역일수록 금융중개지원대출이 더 많이 배정된다는 지적에 대해 이 후보자는 "금통위원들과 기준 재조정 문제를 포함해 협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 총재의 연임 결정 배경이 정부가 '말 잘듣는 총재'를 선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자율성, 독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일부에서 협조해야 가능하다"며 "책임 있는 분의 발언도 정말 신중하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임 지명 배경에서 통화정책의 중립성,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는 임명권자의 설명이 있었다"며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알고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4년 4월 임명된 이주열 총재는 이번이 두번째 청문회다.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지난 1978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약 40년 만에 첫 연임 사례가 된다.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