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완성한 이 그림은 꽃이 활짝 핀 목련 나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두드러진 특징만 잡아낸 수작이다. 가로 366㎝, 세로 167㎝의 대형 화면 위에 꽃의 드러냄과 감춤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한순간에 멈춘 듯한 모습을 포착해 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목련꽃과 나무만을 그린 다음 빨강과 흰색, 녹색을 버무려 특유의 세련된 색채감을 살렸다. 연한 초록색의 배경 위에 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한 그림 속에 고졸미(古拙美·소박한 멋)가 잔잔하게 흐른다.
꽃망울에는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듯 생명력이 움트고, ‘아름다움(美)이 예술의 본질’이라는 탐미주의도 살짝 엿보인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은 다음달 25일부터 7월15일까지 그의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