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 분야의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 집중된 금융 정보를 DB화해 제공하고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시장 조성을 지원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최종구 위원장 주재로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 DB 기업에 제공…상품개발에 응용

하반기부터 공공 성격의 금융정보기관이 가진 DB를 중소형 금융사와 창업·핀테크 기업, 연구기관 등에 제공한다. 신용정보원이 가진 대출·연체·보증·체납·회생·파산정보와 보험개발원이 가진 보험계약·사고·보험금 정보 등이 대상이다.

기업의 상품 개발이나 시장 분석을 위해 이들이 가진 정보 중 2%(74만명)을 무작위 추출한 표본 DB와 필요에 따라 고른 '맞춤형 DB'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8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조건·잔액·상환·연체·담보 정보 등을 DB화해 제공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DB를 사고파는 플랫폼도 내년에 시범 운영된다. 대형 금융회사가 데이터의 속성, 규모, 이용기간 등의 요약자료를 올리면 수요자가 자료를 찾거나 추천을 요청해 양 측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 데이터는 개별 신원이 완벽히 삭제된 익명 정보나 개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가명 정보 등 비(非)식별 조치가 이뤄진 형태로 제공·매매된다.

◆통신비 잘 내면 신용도 올라간다 …여신심사에 빅데이터 활용

현재 담보와 신용도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여신심사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이동통신요금, 전기·가스요금, 세금, 사회보험료 등의 납부실적을 기존 금융정보와 함께 빅데이터로 구축해 여신심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체납 등 부정적 정보만 반영됐던 공공요금 납구 정보를 긍정적 정보도 반영하도록 했다. 통신료나 공공요금을 잘 내면 신용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정보(CB·Credit Bureau)사가 금융 빅데이터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상반기 중 신용정보법 개정도 추진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CB사들이 빅데이터 산업을 이끌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일부 기업의 독과점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 분야는 데이터 주도 혁신이 용이한 산업 분야지만, 규제 위주의 접근과 금융회사의 보신적 관행으로 혁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금융 분야를 빅데이터 테스트베드로서 다른 산업에 우선해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