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민연금공단의 '국민 없는' 국민 설명회
“기금 국민설명회요? 전라북도 도민만 국민인 모양이네요.”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6일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서 ‘기금 국민설명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며 이렇게 놀라움을 표했다. 국민연금 측은 이날 행사에 대해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1주년을 기념해 기금운용 현황을 설명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김성주 이사장이 19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에 기여한 ‘공로’를 지역구(전주 덕진)에 홍보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행사에는 ‘국민설명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지역 인사들을 제외하면 이런 행사가 있었는지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주요 참석자는 송하진 전북지사,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전주시 갑), 김명지 전주시의회 의장 등 지역 정치인과 기관장들이었다. 공단 측이 ‘국민 대표’를 초청하겠다며 13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았지만 최종 선정된 11명 중 7명이 전북 지역 청년이었다. 국민설명회가 아니라 전주 이전을 자축하는 ‘지역 잔치’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이 공석인 상태에서 기금 설명회를 연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단 관계자는 “기금이사를 선정한 뒤 설명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전주 이전 1주년에 맞춰 행사를 열자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보다 ‘전주 이전’에 더 초점이 맞춰진 행사라는 방증이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을 지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현 민주평화당) 후보로 나온 정동영 의원에게 패했다. 이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복지 정책 입안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 국민연금 이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자신이 성사시켰다고 홍보해왔다. 2016년에는 자신을 ‘500조원의 사나이’라고 칭하며 “기금운용본부 이전으로 전북의 지역총생산(GRDP)은 3522억원, 부가가치는 4530억원, 투자는 5534억원, 소비는 259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로 이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치인들의 말대로 전북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익산역과 차로 20분 거리인 기금운용본부를 오가는 택시 기사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사이 50명이 넘는 인력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결원을 보충할 새 인력을 뽑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정원은 279명(올해 말 기준)이지만 현재 인원은 234명이다. 국민의 노후 자금 60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 출신인 김 이사장이 앞으로 기금의 이해와 지역의 이해가 상충할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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