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바이오 “新 타깃으로 췌장암, 뇌종양, 알츠하이머 잡겠다”
암 줄기세포까지 없애 근본적 치료
오는 4월 암치료제 임상 1,2상 시작
치매치료제는 올해 전임상 완료 목표
내년 기술특례상장 추진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부문) 연구원, 한올바이오파마 연구소장을 지낸 민 대표가 2013년 설립한 비욘드바이오는 췌장암 치료제 'BEY-A'를 개발하고 있다. 암세포의 성장주기를 조절해 증식을 막고,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암 줄기세포를 없애야 전이 및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기존의 항암제들은 암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어 약물내성과 암세포 전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BEY-A는 이들과 다르게 암 세포의 성장주기 중 G2단계에서 M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DK1’을 저해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DK1이 암 줄기세포의 자기분화 과정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암세포뿐만 아니라 암 줄기세포까지 사멸로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마찬가지로 성장과 분열을 반복하며 증식을 위해 'DNA 합성준비기(G1)→DNA 합성(S)→세포분열 준비기(G2)→세포분열기(M)'의 4단계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 개발됐던 항암제들은 G1단계에서 S단계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기전적으로 암 줄기세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민 대표는 "BEY-A를 주입했을 때 암 줄기세포를 나타내는 마커 단백질들의 발현이 감소했고, CDK 저해에 따라 암 줄기세포의 사멸이 유도되는 등 암 줄기세포의 자기복제를 억제하는 것이 동물실험에서 관찰됐다"며 "암의 전이, 재발뿐만 아니라 약물내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BEY-A는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1,2상 승인을 받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오는 4월께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민 대표는 "BEY-A는 췌장암 1차 치료제인 '젬시타빈'과의 병용투여 효과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BEY-A의 단독투여와 젬시타빈과의 병용투여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다형성교아종이라고 불리는 악성뇌종양에 대한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비욘드바이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BEY-B'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근본적인 치료 없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데 그치고 있다. 화이자,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줄줄이 치료제 개발에 실패하고 있을 정도로 미개척지다.
비욘드바이오는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뿐만 아니라 뇌 신경세포에 해롭다고 알려진 단백질 '타우'를 동시에 타깃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 공략에 나선다.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에만 초점을 맞춰 실패를 맛 봤던 것과 전략을 달리한 것이다.
민 대표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는 서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며 "BEY-B를 통해 타우와 아밀로이드 전구체의 인산화 작용을 억제하는 결과를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BEY-B는 BEY-A와 마찬가지로 혈뇌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하던 문제도 해결했다. 활성도를 유지하면서 분자량을 작게 만드는 물질 개발을 통해서다. 뇌에는 다른 물질이 뇌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BBB가 있는데, 많은 제약사들이 이곳을 뚫고 뇌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는 "BBB 안의 약물 농도가 혈중 농도와 비슷할 정도로 동물실험 결과 경쟁 약물에 비해 BBB 투과율이 우수했다"며 "실험 쥐의 인지능력, 장기 기억력 등을 테스트했을 때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BEY-B는 올해 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내년 초에 국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욘드바이오를 어떻게 바라볼까. 민 대표는 2016년 1만7000여개 기업이 참가한 바이오유럽 파트너링 행사를 통해 시장의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움을 느꼈다. 그는 "BEY-A, BEY-B 두 가지 파이프라인을 갖고 처음 참가한 바이오유럽 파트너링 행사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비욘드바이오의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며 "특정 기술이 아닌 회사 이름이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데, 비욘드바이오가 바이오유럽이 시작되기 한 달 전 바이오유럽 파트너링 사이트에서 검색어 톱 10에 들어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 상반기에 Pre-IPO 투자를 거쳐 내년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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