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수 이선희의 'J에게'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과 코러스로 소화해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 노래는 남쪽의 유명 가요이기도 하지만 2002년 이선희가 평양 공연 때 불러 북한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또 공연에서 불린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가수는 몰라도 노래는 많이 알려졌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북한의 인기영화 '민족과 운명'에 삽입곡으로 쓰이며 인기를 모은 데 따른 것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선보인 '홀로 아리랑'은 서유석의 노래로 독도를 소재로 하고 있다.
남북이 6·25전쟁 이후 대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반도를 강점했던 일본에 대해서는 '반일'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의 감정선을 이을 수 있는 선곡인 셈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이날 부른 북한노래 중에는 남쪽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들도 다수 포함됐다.
공연의 문을 연 '반갑습니다'는 남쪽의 노래방에서도 많은 사람이 부를 정도로 많이 알려졌고, 엔딩 곡으로 쓰인 '다시 만납시다'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이 재차 작별 상봉하는 날 주로 불리는 곡이어서 남쪽에도 익숙하다.
남쪽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흰눈아 내려라' '내나라 제일로 좋아' 등 경쾌하고 역동적인 노래를 선곡해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번 공연이 레퍼토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은 북측이 제시한 '모란봉'과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에 대해 체제선전 성격의 가사를 문제 삼아 공연을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모란봉'은 공연을 하지 않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은 문제가 되는 가사를 바꾸는 방식으로 남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외 유명 클래식인 아리랑과 검투사의 입장,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터키 행진곡, 아득히 먼길, 집시의 노래, 가극극장의 유령, 카르멘 서곡 등 20여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편집한 관현악 연주도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곡들이다.
공연 관계자는 "북측 예술단은 자신들의 공연이 남쪽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며 "애초부터 한국의 대중가요와 남쪽에 익숙한 노래를 많이 선곡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