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차례 대규모 열병식은 모두 생중계한 반면 이번엔 녹화중계
ICBM급 공개했지만 신형 전략무기는 안보여…시간도 작년보다 줄어
북한, '건군절' 열병식 '수위조절'… 평창 개막 고려했나
북한이 8일 오전 이른바 '건군절' 열병식을 개최했지만 예전과는 달리 생중계는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40여분간 정규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 열병식을 6시간 뒤에 녹화·편집해 방송한 것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예전처럼 대규모 열병식을 생중계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할 경우 남측에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번째 생일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부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석 하에 열린 5차례의 대규모 열병식을 모두 생중계했다.

특히 지난해 4월 김일성 105번째 생일 때는 생중계를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미사일을 포함해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당시 이례적으로 외신까지 현장에 초청했다.

2015년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과 2013년 9월 9일 정권수립 65주년을 기념한 열병식 때도 어김없이 생중계가 이뤄졌다.

2014년 7월 전승절 61주년 기념 열병식처럼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소규모 열병식은 생중계하지 않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에)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메시지"라며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북한이 나름대로 고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건군절' 열병식 '수위조절'… 평창 개막 고려했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고위급 대표단으로 보내는 것도 그렇고 북한이 (열병식 생중계 생략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처음 연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의 육성 연설을 통해 '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핵무력'을 입에 올리며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육성 연설 이후 열병식장에는 북한이 지난해 잇따라 시험발사했던 ICBM급 화성-14와 화성-15 등이 줄지어 지나갔다.

다만 작년 4월 태양절 열병식 때처럼 신형 전략무기가 등장하지는 않았다.

열병식이라는 군 행사가 갖는 체제 결속적 성격을 고려해 이미 시험발사가 이뤄진 ICBM급 미사일 등은 내보내되 '도발'로 인식될 수 있는 신형 전략무기 공개는 자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체적인 진행 시간도 작년보다 1시간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돼 나름대로 '수위조절'을 한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남측뿐 아니라 열병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온 미국을 고려한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스티브 골드스타인 미국 국무부 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4, 화성-15 등을 등장시키기는 했지만 신형 전략무기는 내놓지 않았다"면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기간에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는 북한 외무성 국장의 발언이 오늘 보도되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