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메달밭이다. 금메달만 지금까지 21개를 수확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따낸 금메달(26개)의 80%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부터 메달농사가 시작된 이후 한국은 ‘쇼트트랙 왕국’ 역사를 이어왔다. 쇼트트랙 강국 중국과 캐나다 등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며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요즘엔 메달 가도에 변수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양궁이나 태권도처럼 해외로 진출한 한국인 쇼트트랙 지도자들이다. 쇼트트랙 노하우로 무장한 이들이 길러낸 ‘신흥강자’들이 코리안팀의 아성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어서다.

헝가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전재수 코치(49)가 대표적이다. 전 코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2005년)을 거쳐 캐나다팀 코치, 미국팀 감독 등을 지낸 대표적인 스타 감독이다. 한국팀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꿰고 있다는 게 우리팀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가 길러낸 헝가리팀의 샤오린 산도르 류는 2017-2018 시즌 남자 쇼트트랙 월드컵 세계랭킹 5위에 오른 톱클래스 선수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단거리인 500m와 1000m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샤오린 산도르 류를 포함한 헝가리 대표팀 선수들은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오래전부터 경기 성남에서 전지훈련을 해 한국 환경에도 밝다.

영국은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재 코치(36)가 이끌고 있다. 이 코치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고,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5000m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 ‘금메달리스트’ 꿈을 이뤘다. 이 코치가 키운 선수는 엘리스 크리스티다. 엘리스 크리스티는 지난 시즌 최민정(성남시청), 심석희(한국체대)를 누르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적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