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부진에 시달리는 미국의 프린터·복사기 회사 제록스가 대주주들로부터 매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제록스의 1대 주주 칼 아이컨과 3대 주주 다윈 디슨은 최근 동맹을 맺고 경영진에 매각을 검토할 것을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아이컨과 디슨이 제록스가 회사 매각이나 기타 거래가 포함될 수 있는 전략적 대안들을 검토할 것과 일본 후지필름과의 합작 관계를 단절할 것, 제프 제이컵슨 최고경영자(CEO)를 즉시 해임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제록스 경영진에 변화를 촉구해왔지만 주문 사항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아이컨이나 디슨이 공개적으로 매각을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위기의 제록스, 아이컨 압박에 매각도 검토할 듯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아이컨은 현재 제록스의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으며 억만장자 투자자인 디슨의 지분은 6%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데다 합계 지분이 15%를 넘는다는 점에서 제록스 경영진이 받는 심리적 중압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록스는 1년 전 분사를 통해 비즈니스 서비스 사업부를 떼어내고 복사기·프린터 전문회사로 되돌아왔고 이미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제록스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합작선인 후지필름과 전면 인수는 배제하되, 회사의 경영권 변동을 포함할 수도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이컨은 2년 전부터 제록스의 이사진 개편을 주장해 1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으며 최근에는 더 많은 이사 자리를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디슨은 제록스와 후지필름과의 오랜 합작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디슨은 제록스와 후지필름과의 합작계약의 내용을 시장이 알 권리가 있다면서 제록스 경영진이 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으며 지난주에는 합작회사인 후지제록스의 분식 회계를 빌미로 아예 계약 자체를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