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와 소치 이어 평창이 3번째 올림픽
최근 월드컵 30위로 1차 목표 달성…"올림픽서 추적 경기 뛰고 싶다"
바이애슬론이라는 동계종목은 스포츠에 어지간히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낯설다.

쇼트트랙처럼 올림픽에서의 '메달밭'도 아니고, 알파인 스키처럼 동호인층이 탄탄하지도 않다.

현실적으로 세계 수준과 격차도 크다.

그래서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명의 러시아 출신 선수 귀화를 추진했다.

귀화선수는 단번에 두각을 드러냈다.

바이애슬론 세계 정상급 국가인 러시아에서 온 푸른 눈의 선수들은 경험과 기량 모두에서 기존 선수들을 앞질렀다.

안나 프롤리나와 에카테리나 아바쿠모바(이상 전남체육회)가 귀화하기 전까지 한국 여자 바이애슬론의 대들보는 문지희(평창군청)였다.

동계체전에서 통산 1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문지희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굵직한 국제대회에는 항상 문지희가 태극마크를 품고 대회에 나섰다.

문지희는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출전권을 얻었다.

2명의 귀화선수가 2016-2017시즌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한국 여자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4장의 출전권을 획득했다.

문지희도 3번의 올림픽 만에 처음으로 계주 경기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바이애슬론 하면 귀화선수가 주로 거론된다.

문지희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기량을 끌어 올리고 있다.

문지희는 독일 오베르호프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4차 여자 스프린트 경기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성적인 30위를 기록했다.

바이애슬론에서 30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격에서 심하게 순위가 요동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30위권에 진입하는 선수는 언제든 메달을 딸 수 있는 후보로 대접받는다.

문지희의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는 30위권 진입이다.

한국 바이애슬론의 저변을 생각하면 올림픽 30위 입성은 '위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문지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평창 목표로 따로 정한 순위는 없다.

그저 30위권에 들어가서 추적을 뛰고 싶다.

꿈은 크면 좋은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올림픽에서 추적 경기에 출전하려면 스프린트에서 60위권에 진입해야 한다.

문지희는 2010년 밴쿠버에서 63위, 2014년 소치에서 74위에 그쳐 추적은 한 번도 뛰지 못했다.

열쇠는 사격이다.

사격에서 발목 잡히는 때가 많았던 문지희는 4차 월드컵에서 사격을 1발만 놓친 덕분에 30위에 올랐다.

그는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 사격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4년 동안 준비했으니, 연습한 대로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지희는 라이벌이자 동료가 된 귀화선수 2명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귀화선수에게 시각적으로는 도움을 받는다.

경기 준비하는 과정이나 경기하는 장면은 배울 것도 있다.

하지만 바이애슬론은 개인 종목이다.

경험과 자신만의 기술이 중요하다.

그들과 같이 훈련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게 아쉽다"고 했다.

전라북도 무주군 출신인 문지희의 현재 소속팀은 평창군청이다.

집보다 더 익숙한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경기장에서 올림픽이 열려 더욱 특별하다.

문지희는 "알펜시아가 얼마 전 올림픽에 맞춰 코스를 바꿨다.

그래도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더 오래 살았고, 외국 선수는 시차도 적응해야 한다"며 웃었다.

올해 30세인 문지희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경험이 중요한 바이애슬론은 보통 20대 후반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바이애슬론을 시작한 문지희는 "덕분에 올림픽도 나가게 됐다.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며 "평창 이후는 대회가 끝난 뒤 생각하고 싶다.

아직은 올림픽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