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악수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10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표한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만, 거꾸로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등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궁극적인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자 대북제재 완화는 시기상조”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해도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제시하는 한편 북한의 추가 도발 등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것이므로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성의를 보이지 않고 도발하면 국제사회는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지난 정부의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5·24 조치’ 해제 가능성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의 범위 속에 있는 것이라면 독자적으로 그런 부분을 해제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이어 이날도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단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며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되면서 그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유지 속 남북 관계 개선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은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란 점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성사되는 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미는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대응에서 이견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보수 성향 정치인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남봉미(通南封美)’ 주장과 함께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대북 유화정책과 미국의 최대 압박정책 간 충돌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우리의 현실적 고민”이라면서도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표는 북으로 하여금 대화의 길로 나와서 핵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공존하는 길을 찾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긴장 고조는 우발적 충돌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우리가 사려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