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금융업서 손떼는 '벤처투자 신화' 권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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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투자증권 경영권분쟁 막 내려
지분 18.7% 부회장에 넘겨
지분 18.7% 부회장에 넘겨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KTB투자증권을 공동 경영해온 이 부회장이 기존 최대주주인 권 회장 지분 18.76%를 662억원에 인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막판까지 비가격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이날 오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권 회장 측은 모든 임직원들에 대해 3년간 임기를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난달 매입한 KTB투자증권 지분 5.52%도 이 부회장 측이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매입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매입 시점까지 시중금리를 적용한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들어줄 필요도 없고 매우 불리한 조건들이었지만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인수합병(M&A) 관점에서 매도자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KTB증권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이 부회장이라 생각했고, 서로 많은 양보 끝에 합의점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추가 지분 5.52%까지 인수하면 권 회장은 이 지분에서만 2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하게 된다. 매각대금 662억원을 합치면 7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5.52%에 대한 차익은 회사로 반환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KTB증권 지분 38.2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권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 부회장이 아니라 제3자에게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1324만4956주(18.76%)를 주당 5000원(총 662억원)에 매각하는 조건이었다. 지난달 19일 제3자와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고 우선매수권을 가진 이 부회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 조건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고 자동으로 권 회장 지분을 이 부회장이 인수하는 계약이 성립됐다.
2일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권 회장 측은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측이 2016년 4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권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계약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했음에도 해당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1990년대 벤처투자의 신화로 불린 인물이다. 1999년 한국 최대의 벤처투자 전문 공공기관이던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을 인수하면서 제도권에 진입했다.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신규 허가를 받아 지금의 KTB투자증권이 탄생했다.
이 부회장은 다올신탁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동산 그룹장 등을 거친 부동산 투자 전문가다. 2016년 7월 KTB투자증권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경영권 분쟁서 승리한 이병철 부회장 "회사 정상화에 매진"

이 부회장 취임 이후 KTB투자증권의 경영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이후 일부 사업들이 보류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분쟁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는 게 회사를 살리고 임직원들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부회장이 권성문 회장의 요구 조건들을 통 크게 수용한 이유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이 부회장의 끈기와 뚝심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오랜 경영권 분쟁 기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회사”라며 “이른 시일 안에 회사를 정상화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게 시급한 일이라는 판단에 (권 회장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믿음도 나타냈다.
그는 “KTB투자증권은 임직원들의 자질이 매우 뛰어난 회사”라며 “임직원들과 함께 막혔던 사업을 정상화해 더 성장하는 증권사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호/홍윤정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