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호 BnBK 대표가 강원 춘천의 더플레이어스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권성호 BnBK 대표가 강원 춘천의 더플레이어스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직장인 골퍼들이 원하는 건 간단해요. 값이 싸면서도 그린 상태가 좋고, 음식이 맛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이 명제를 풀어내는 노하우가 있느냐가 향후 골프장 경영의 열쇠가 될 겁니다.”

골프장 컨설팅 전문 회사인 BnBK의 권성호 대표(47)는 골프장 코스 관리 1세대다. 1996년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에서 코스관리일을 처음 시작한 뒤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팠다. 2004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상징적 대회장인 페블비치 골프장으로 연수를 다녀온 이후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골프 대회 코스 세팅 권위자로도 자리잡았다. 그는 “그린피 코스 음식이 삼박자를 잘 맞춰야 하지만 그린만 잘 관리해도 그린피 차이가 1만~2만원씩 날 수 있다”며 ‘그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잔디를 짧게 잘라도 햇볕에 말라죽지 않아야 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일정한 스피드를 유지하는 ‘초고도’ 그린 관리 기술이 특기다. ‘마스터스’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같은 ‘유리알 그린’ 조성도 마찬가지. 국내 대회가 대개 3.0(스팀프미터 단위)을 갓 넘는 수준이던 시절 4.0 이상의 빠르기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린 키퍼가 그였다. 그는 “이런 기술을 많은 이와 공유하고 확장하자는 생각에 2007년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BnBK는 토털 골프장 경영 컨설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골프장 브랜드 가치와 수익의 핵심인 코스 관리를 주축으로 경기운영, 식음료, 부대시설 통합관리 및 전문 인력 공급, 재무 자문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골프장 도우미 역할이다. 더플레이어스 등 국내외 골프장 10곳이 그와 인연을 맺고 있다. 강원 춘천의 스프링베일은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사례다. 9홀 규모 반쪽짜리 골프장의 매출과 수익이 1년 만에 30% 이상 늘었다. 문턱을 낮춘 게 효과가 컸다. 노캐디 방식을 전격 도입하고, 주말에도 10만원 미만의 특별가로 할인했다. 골프장 중 최초로 전문 프랜차이즈를 입점시켜 1만원이 안 되는 해장국과 2만원대의 맥주&치킨 세트 등을 내놔 지갑이 얇은 직장인 골퍼들 사이에서 ‘가성비 골프장’으로 떴다. 혼자서 골프를 즐기는 ‘혼골족’에겐 꼭 한 번은 들러야 하는 일종의 ‘성지’가 됐다. 골프 치고 먹고 마시는 비용을 다 합쳐봐야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입소문을 탄 것이다. 권 대표는 “싸고 맛있고 그린 상태까지 좋으면 터질 거란 예상이 적중했다”고 소개했다.

토털 위탁 경영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선 보편화된 지 꽤 됐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어떤 식으로든 오너가 경영 성패를 결정짓겠다는 오너십 문화가 강해서다. 그래도 전망은 밝다. “퍼블릭 골프장 수가 회원제를 넘어섰고 앞으론 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겁니다.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그의 꿈은 ‘좋은 직장’을 조성하는 일이다. “창업할 때 함께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면 가족 같은 직장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코스닥 상장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차근차근 모양새를 갖춰야죠. 기술과 사람 자산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머지않아 목표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춘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