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기는 '확실한 행복'이 잘 팔린다
김난도 외 7인이 쓴 트렌드코리아 2018은 협업의 뛰어난 결과물이다. 이번 ‘10주년 기념판’은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집대성한 것으로 읽어볼 만한 트렌드 서적이다. 트렌드는 지속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을 뚜렷하게 구분 지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소개된 트렌드는 경험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책 구성은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2007~2018 메가트렌드 코리아’ ‘2017년 소비트렌드 회고’ ‘2018년 소비트렌드 전망’이다.

트렌드 서적을 읽는 목적은 주로 전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2018년 소비트렌드 전망’부터 읽기 시작한다. 매크로 전망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10가지의 마이크로 전망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이미 주변에 성큼 다가온 현상들이다.

경기 침체는 장기화될 전망이고 상황은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한다.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행복이 미래에서 지금으로, 특별함에서 평범함으로, 강도에서 빈도로 변화하면 어떤 기회들이 주목받을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근래에 유행하는 ‘욜로 현상’도 소확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것도 근래 뚜렷한 특성이다. 저자들은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는 트렌드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따라서 불신, 불안, 불황의 ‘3불’에 시달리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과 같은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주목받을 것이다.

지금을 중시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은 업무와 생활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워라벨’ 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직장이 내 전부가 될 수 없으며, 적당히 벌면서 잘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출현을 말한다. 희생과 미래에 초점을 뒀던 ‘발전 연대’를 산 사람들로서는 워라벨 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욜로, 가성비, 소확행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워라벨 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리더들에게는 필수 덕목이 될 것이다.

언택트 기술이란 트렌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언택트는 무인서비스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지운다는 의미다. 모바일 기기로 처리하는 데 익숙한 세대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부터 시작해서 확산되는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주문도 이런 추세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밖에 자신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안식처를 구하는 경향도 예상할 수 있다.

다양한 사례와 트렌드의 핵심 포인트를 읽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추세를 이해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