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설 거장들이 독자 사로잡는 법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속도감 있는 글을 썼다. 스티븐 킹은 서스펜스(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독자들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등장인물의 관점을 장악하고 각 상황에 가장 적합한 감정을 찾아냈기에 강렬한 장면들을 쓸 수 있었다.

비범한 작가들에게는 저마다의 무기가 있다. 보스턴대 등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윌리엄 케인이 글쓰기 거장들의 비법을 파헤쳐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에 담았다. 찰스 디킨스,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등 명작가 21명의 창작 도구를 분석한 책이다. 서스펜스의 귀재 스티븐 킹은 세 단계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의 단서를 먼저 흘린다. 다음으로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일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면 결정적인 복수로 긴장을 해소한다. “적절한 시기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나중을 위해 남겨두는 ‘고의적 지연’이 핵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도입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변신》만 봐도 알 수 있다. “간밤의 뒤숭숭한 꿈에서 깬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작하자마자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저자는 “어떤 작가들은 주요 갈등과 이야기의 전제를 드러내기 전까지 최대한 뜸을 들이려 하지만 관건은 분위기 조성”이라며 “도입부에서 너무 많은 패를 보여준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면 훌륭한 소설이 어떻게 쓰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거장들의 연장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책이다. (김민수 옮김, 교유서가, 520쪽, 2만20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