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파워, 가요계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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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신드롬’을 만든 건 CJ E&M의 케이블채널 Mnet이 지난 4~6월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시즌 2)’이다. ‘프로듀스 101’은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라는 구호 아래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의 자리에 올렸다. 101명의 연습생 가운데 최종 우승한 11명이 워너원으로 데뷔했다. 워너원 흥행 돌풍 등에 힘입어 CJ E&M 음악부문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9% 늘어난 68억원을 기록했다.
방송가 음악 예능들이 ‘국민 투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KBS는 지난 10월 “당신이 직접 만드는 최고의 조합, ‘더 유닛’의 탄생에 동참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예능 ‘더 유닛’을 시작했다. 과거 데뷔를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가수들 가운데 시청자의 투표로 남성과 여성 각 9명을 선발해 두 개의 유닛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전국의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스타를 발굴하는 콘셉트로 JTBC가 같은달 시작한 예능 ‘믹스나인’도 시청자들의 투표를 연습생의 순위 결정에 반영한다.
주요 음악 시상식도 팬들의 투표를 집계한다. MAMA나 소리바다 뮤직 어워즈 등은 음원 판매 점수나 전문가의 심사 등과 별도로 온라인 투표를 20~30% 반영한다. 투표 일정이 공개되면 가수들의 팬카페와 커뮤니티 게시판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로 달궈진다.
사회 전 분야에 퍼진 ‘대중화’ 현상으로 음악인을 평가하는 권위가 ‘전문가’에게서 ‘대중’에게로 상당부분 옮겨가고 스마트폰 보급에 힘입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통로도 넓어지면서 일반인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대중이 방송사에 선호하는 가수를 표시할 방법은 엽서나 자동응답서비스(ARS) 투표 뿐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하이텔 등 PC통신을 통한 투표가 시작됐다.
가요계에 대국민 투표를 접목한 원조는 일본에서 2005년 데뷔 이래 10년 넘게 활동 중인 ‘국민 아이돌’ AKB48이다. AKB48은 매년 팬들을 대상으로 총선거를 열어 최고 인기 멤버를 뽑고 그룹 내 멤버별 순위를 매긴다. 결과에 따라 무대에서 중앙에 설 멤버나 싱글 앨범에 참여할 멤버 등이 결정된다. 총선거 일정이 발표되면 멤버들은 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 포스터를 촬영한 뒤 유튜브를 통해 정견 방송을 한다. 국무총리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일본의 3대 선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팬심 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상을 받게 하기 위해 아이디를 무한정 생성해 투표하거나 대포폰을 동원하는 등 팬들의 부정투표다. MAMA는 지난 11월 “의도적으로 투표수를 늘리는 부정투표를 발견했다”며 ‘부정투표 제거를 위한 서비스 점검’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투표와 심사에 공정하지 못한 MAMA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팬들의 접속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이어지는 투표가 팬덤 간의 과잉 경쟁과 시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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