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증시에 약? 독?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가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큰 수출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60전 하락한 1076원80전에 마감했다. 지난 16일 1100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9거래일 만에 1080원 선마저 무너졌다. 2015년 4월29일(1068원60전) 이후 최저치다.

통상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원화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져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강세와 코스피지수 상승이 함께 발생한 2000년대 중반과 후반은 시장 주도주가 원화 강세로 원자재 구매 경쟁력이 올라가는 조선 철강 화학 등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코스피지수의 박스권(1800~2200) 돌파를 이끈 건 정보기술(IT)주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IT 수출 제품들의 결제는 달러로 이뤄진다. 환율 하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은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IT주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흥국 주식시장 상승은 자국 통화 강세 구간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원화 강세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매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된 결과로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환위험 관리가 강화된 데다 반도체 외 수출기업들은 생산 기지와 수출 국가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어 과거에 비해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