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서 당국 개입 없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내 주요 금융회사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최 위원장은 29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이후 질의·응답 자리에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을 해야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CEO로서 책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의 선임·연임 과정에서는 공정성 측면에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난 9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회장직 후보에 단독으로 확정돼 연임했다. 함께 경쟁했던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휘 KB손해보험 사장 등이 최종 후보 선정 직전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 CEO 선임 및 금융지주사 CEO의 연임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은행권 지주사 CEO의 경우 지배구조 특성상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대주주가 없어 CEO 스스로 연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EO 스스로 가까운 이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스스로 승계한다는 논란이 있다"며 "승계 프로그램도 없어 CEO 유고 시 즉각 승계 절차가 안 되고, 그래서 장기 경영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본인 이후 경영 공백 없이 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임"이라며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민간금융의 인사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최 위원장은 "저는 두 후보자의 이름을 최근에야 들었다"며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연합회장 선임도 마찬가지"라며 "많은 분이 의외라고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선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관련 협회장 선임이 더 예정돼 있다"며 "자율적으로 회원사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잘할 분을 선임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 분들이 그런 그룹의 후원을 받아 계속 회장에 선임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