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진상사 손 들어줘
IMM인베스트먼트와
'이중 계약' 문제 불거져
서울 용산에서 나진전자상가를 운영하는 나진산업 매각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올초 나진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서부T&D 자회사인 오진상사는 최근 이뤄진 사모펀드(PEF) 운용회사 IMM인베스트먼트의 나진산업 지분 인수에 대해 이중계약 문제를 들어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오진상사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IMM인베스트먼트가 나진산업 지분을 인수하는 내용의 SPA를 두고 오진상사가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소송에 대해 지난달 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오진상사는 이번 소송에서 50.9%의 지분을 보유한 나진산업 주주들이 이중계약을 체결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이 오진상사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가운데 IMM인베스트먼트와 다시 계약했기 때문에 주식 처분을 정지해야 한다는 게 소송 요지였다.
나진산업 주주들은 1967년 회사를 설립한 고(故) 이병두 회장의 자녀 등 친인척이다. 지난 7월 이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등을 내야 하자 회사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산업 몇몇 주주는 이 회장의 건강이 나빠지자 올초 오진상사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30억원도 주고받았다. 오진상사와 매각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머지 주주들(지분율 49.1%)은 IMM인베스트먼트와 지분 매각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오진상사와 지분매각 계약을 맺은 주주까지 IMM인베스트먼트와 계약하면서 발생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오진상사와 매각계약을 맺은 주주 지분까지 포함해 나진산업 지분 100%를 26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법원이 이번 가처분소송에 오진상사 손을 들어주면서 법적 분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나진산업 주주들이 오진상사와의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 3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계약 파기를 오진상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추가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애초 예상보다 나진산업 매각 작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