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밀려 실적 저조한 스냅
텐센트가 지분 매입하자 주가 회복
게임·전기차·차량공유 등 미국 첨단기술 '거침없는 사냥'
온라인 출판 자회사 웨원그룹 상장 첫날 주가 100% 치솟아
아시아 IT기업 '투자 열풍' 주도
◆美 메신저 시장 노려
텐센트는 스냅이 상장하기 전인 2013년 이미 투자해 소수지분을 갖고 있었다. 스냅 주가가 지난 3월 상장한 이후 연일 바닥을 치자 9월부터 추가 지분 매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텐센트가 이날 스냅 주식 1억4600만 주를 더 매입해 모두 얼마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텐센트가 스냅 지분을 추가 매입한 정확한 시점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냅 주식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면 텐센트가 이번에 최소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 이상 투자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마화텅 텐센트 최고경영자(CEO)는 “추가 지분투자로 두 회사가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을 주고받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은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성장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 3분기 새롭게 끌어들인 이용자 수가 450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광고 이외에 이렇다 할 수익모델도 찾지 못했다. 3분기 매출이 시장예상치(2억3550만달러)에 못 미치는 2억79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날 스냅이 낙폭을 줄이며 반등한 데는 텐센트의 추가 투자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실리콘밸리 장악력 키워
텐센트의 스냅챗 살리기 전략은 구체적이다.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에 있는 기능을 스냅챗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QR코드를 인식해 상품정보를 읽어들이거나 차량을 호출하는 기능 등이다. 스냅챗 이용자에게 텐센트 게임을 서비스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에번 스피걸 스냅챗 CEO는 사업 초기인 2013년 텐센트의 투자를 유치한 뒤 “위챗이 스냅챗의 롤모델”이라고 말해왔다.
위챗 이용자 수는 9억6280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 이용자가 중화권 소속이라 스냅 지분 추가 인수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텐센트는 실리콘밸리에서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2011년 인수했고, 전기차제조기업 테슬라에 18억달러, 차량공유기업 리프트에 5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텐센트는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41곳에도 35억달러(2011년부터 2017년 4월까지)를 투자했다.
◆테크기업 75%가 아시아계
글로벌 투자자들은 앞다퉈 ‘제2의 텐센트’ 발굴에 나섰다. 중국의 검색엔진 써우거우(搜狗),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아시아 IT 기업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세계 증시에 상장된 66개 IT 기업 가운데 4분의 3가량(49개)이 아시아 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이 IPO로 조달한 금액은 66억400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아시아 시장에서 신규 상장된 기업 주가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공모가 대비 평균 141% 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의 주가 상승률(25%)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일 웨원 주가는 공모가(55홍콩달러) 대비 86.2% 오른 102.4홍콩달러(약 1만4700원)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공모가보다 100% 급등한 11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