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7’의 마지막 날인 2일 열린 ‘인공지능 시대와 직업세계의 변화’ 세션에서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7’의 마지막 날인 2일 열린 ‘인공지능 시대와 직업세계의 변화’ 세션에서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로봇이 뭐든 척척 해내고,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진 정신의 영역마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미래에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까, 어떤 직업이 유망할 것인가. 2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인공지능(AI) 시대와 직업세계의 변화’란 강연에 토론자로 나선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발굴자’ 등 다섯 가지 유형을 유망 직업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시대의 인재상

AI가 앗아갈지도 모를 미래 일자리에 대한 우려 탓이었을까, 김 교수 얘기에 젊은 청중의 눈이 반짝였다. 김 교수는 ‘발굴자’에 이어 나머지 유망 직업 유형 네 가지를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찾아내고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이를 직접 만들어내는 디벨로퍼, 그리고 유지하는 메인테이너가 있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이를 다 엮어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세계에 팔겠다는 글로벌한 감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 히긴스 글로벌디지털재단 회장은 “산업혁명이 네덜란드나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시작될 수 있던 것은 당시 영국인들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더 잘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변화하고 적응하고 새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에도 뜨는 직업의 세계를 찾기 위한 원칙은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유럽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히긴스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유럽에서 제조업을 디지털화하자는 움직임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인재경쟁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무한 인재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직원 수가 지난 10년 사이 100배 늘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생존하려면 디지털 혁신 인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를 빨아들이는 속도가 반도체의 집적회로 발전 속도를 설명한 ‘무어의 법칙’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정은 문제의식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열악하다. 디지털 시대의 원자재로 불리는 빅데이터 분야를 다룰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게 대표적 사례다. 차 원장은 국내 빅데이터 분야 최고 전문가다. 2000년 벤처기업 TIM을 창업해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개발한 뒤 독일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 SAP에 회사와 기술을 매각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HANA’는 SAP가 빅데이터 플랫폼을 내놓는 원천으로 활용됐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은 그동안 구축한 빅데이터와 AI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이 제약산업과 스포츠의류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빅데이터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회사로 알려졌지만 이미 자사의 자동차를 통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스스로를 에너지 회사라고 부르는 근거다.

차 원장은 “이런 변화의 시대에 기업은 ‘불공정한 강점’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AI를 개발해 서비스하면 거기서 데이터가 나오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된 서비스를 만들면 다른 회사가 쫓아오지 못할 독보적인 기업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제조에는 강하지만 서비스가 약하다”며 “AI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강한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