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셰익스피어의 낭만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국무용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무용단이 오는 9~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블루 벨’이다. 1597년 발표 이후 40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오페라, 발레,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된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국무용으로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양 고전이 한국적 양식과 정서를 입었다.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대로 등장한다. 극 중 가톨릭 신부는 무속신앙의 제사장으로 바뀌었다. 공연은 시작부터 관객을 한국적 색채 한가운데로 이끈다. 집안 간 반목 때문에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죽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가 공연 앞부분 프롤로그를 장식한다. 푸른 조명과 큰 제단,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조성하는 영험한 분위기와 함께 선보이는 군무다.

작품 부제인 ‘블루 벨’은 서양의 ‘골든 벨’과 구분되는 한국식 청동종을 뜻한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맑은 소리를 상징한다. 무대에 소품으로 등장해 로미오 집안과 줄리엣 집안의 화해를 나타내며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비극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파이프오르간과 북의 합주가 기대를 모은다. 2012년 미국 파키 오르간 컴피티션에서 1등을 하고 2015년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예프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은 오르간연주자 구상길이 연주한다. 한국무용의 오고무를 변주한 타악무가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어우러지며 음악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장면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회전 무대, 50여 명의 무용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군무도 볼거리다.

김충한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2008년 서울무용제 대상을 받고 정동극장 예술감독으로 ‘춘향’ ‘신국의 땅, 신라’ ‘련, 다시 피는 꽃’ 등의 작품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최태헌과 송원선이 로미오 역에, 박수정과 이기양이 줄리엣 역에 캐스팅됐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