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사진=국회생중계 캡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사진=국회생중계 캡쳐
"저는 해외 시장을 잘 알고, 뉴스 서비스는 한성숙 대표가…"(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해외 갔다와서 잘 모르겠다니요,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죠."(신상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책임감으로 국감장을 찾았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무책임한 답변으로 과방위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종합감사는 '이해진 국감'을 방불케 했다. 이날 과방위 국감은 이 GIO외에도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했지만 질문 공세는 이 GIO에게 집중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스포츠기사 부당 편집 논란을 비롯해 네이버 뉴스 서비스와 관련된 중립성과 공공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GIO는 "스포츠 뉴스 문제는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회사도, 저도 부족한 게 많다"며 "네이버가 더 공정한 플랫폼이 돼야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 서비스 개선 방안 등 구체적인 사안을 묻는 질의에는 즉답을 피하거나 애둘러 답했다. 이 GIO는 "뉴스는 한성숙 대표와 사업 책임자가 다루고 있는 부분이라 깊이 알지는 못한다"며 "질문에 대해 가장 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대표"라고 말했다.

국감 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내에 들어온 지 이틀 밖에 안돼 시정안을 찾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며 "한 대표가 근본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외부 의견도 들어야 해서 급하게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GIO는 자신이 기술자 출신인 점, 해외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으나 의원들은 그의 발언을 문제삼아 일침을 가했다. 이 GIO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나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같은 것"이라며 "기술자 출신이다보니 사회적 식견이 부족해 뉴스 서비스 같은 국내 사업은 다른 사내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한 대표가 1차적으로 책임을 지겠지만, 이 GIO도 국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해외 갔다와서 잘 모른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오른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오른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으로 향하고 있다.
포털 네이버를 언론으로 봐야할 지도 쟁점이 됐다. 네이버가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이 GIO는 "정통적인 언론 기관은 아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새로운 언론기관이냐고 반문하자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민 의원은 "네이버는 모든 언론을 아우르는 왕국이 됐다"며 "언론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네이버는 이미 언론이다. 포털로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고 언론 영향력지수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들로부터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도 "네이버는 누구봐도 언론"이라며 "이를 인정하고 기존 언론이 받는 규제를 받던가, 뉴스 서비스 기능을 없애던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크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말씀하신 부분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뉴스 편집 알고리즘 공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외부에서 알고리즘이 공격을 받는 것만 막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공개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색광고 위법과 광고시장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네이버는 전세계 검색 엔진 모두가 쓰는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며 "전세계로 보면 구글이 검색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네이버가 국내에서 70%를 지키고 있는 것을 과점으로 봐야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 속도가 빠른 인터넷 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