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접어들면서 감염병 환자가 늘고 있다. 진드기, 설치류 등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다. 쓰쓰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당국은 야외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위생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9월부터 가을철 감염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쓰쓰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감염자는 8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증후군출혈열 감염자는 18%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이들 질병은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지난해 쓰쓰가무시증 환자의 86%는 9~11월 발생했다. 같은 기간 렙토스피라증과 신증후군출혈열 감염자는 전체의 60% 이상이었다.

쓰쓰가무시증은 쓰쓰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1~3주간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한, 근육통,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발진과 함께 소화기, 호흡기, 중추신경계 등에서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항생제 투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백신이 없기 때문에 진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따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의해 감염된 동물의 배설물, 오염된 물과 음식 등에 노출돼 발생한다. 호흡기로 감염되기도 한다. 잠복기는 평균 10일이다. 초기 증상은 쓰쓰가무시증과 마찬가지로 고열,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환자의 5~10%는 간부전, 신부전, 급성호흡부전, 중증 출혈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항생제 투여와 함께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적극적인 치료 없이 방치하면 치사율이 20~30%에 달한다. 환자의 혈액과 체액은 따로 관리해야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유행성 출혈열이라고도 한다. 서울바이러스, 한탄바이러스 등 한국 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 대변, 타액 등에서 분비되는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게 주된 감염 경로다. 2~3주의 잠복기를 거치며 발열, 출혈, 신부전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과 경과에 따라 의사가 처방을 달리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쇼크, 뇌질환, 급성호흡부전, 폐질환 등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치사율은 5% 안팎이다. 간혹 환자가 회복한 뒤 영구적인 신경 장애가 남기도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가을철 늘어나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야외활동 시 긴 옷을 입고 장화를 신는 등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고인 물 등 병원균의 오염 가능성이 있는 곳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착용해 호흡기 감염을 막고 귀가 후에는 목욕 및 세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