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라거 맥주 ‘팹스트 블루리본’은 1970년대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술이었다. 해마다 2000만 배럴씩 팔려나갔다. 하지만 경영 실패 요인이 겹치면서 내리막을 걸어 2001년엔 100만 배럴도 팔리지 않았다. 이 맥주 회사가 불과 5년 뒤 연 55% 성장률을 기록한다.

미국의 마케팅 전략가 테드 라이트는 팹스트 블루리본의 이야기로 저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문을 연다. 2001년 이 맥주 마케팅을 맡았던 저자는 당시 이 맥주가 그나마 잘 팔리는 지역을 찾아갔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대부분 ‘여피족’의 자식들이었다. 여피족은 가난을 모르고 자라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비싼 옷과 고급 승용차 등을 즐겼다. 그런 부모 세대가 탐탁지 않은 자식들이 일부러 구세군에서 파는 허름한 옷을 사고 자전거 우편배달부로 일했다.

‘힙스터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투박한 이미지의 맥주 팹스트 블루리본을 멋지다고 여기고 있었다. 저자는 자전거 우편배달부들이 자전거 경주를 연다고 하면 그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표지판을 제공했다. 이들이 여는 파티 등에 맥주와 모자 등을 협찬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팹스트 블루리본은 당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당신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팹스트 블루리본은 힙스터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일으키며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이 책은 입소문의 힘과 함께 효율적인 입소문 전략을 알려준다. 저자는 ‘정보를 널리 알리려면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통념부터 깨뜨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느냐’보다 ‘누가 퍼뜨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인플루언서’는 집단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어떤 집단에든 이런 존재가 있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을 발견하면 지인들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먼저 트렌드를 파악하고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나 신제품을 먼저 써보길 좋아하는 ‘얼리어답터’와는 다르다.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고 이들을 통해 이야기가 퍼져나가게 하라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정보 확산 속도가 빠른 알짜배기 커뮤니티를 골라내는 법, 거기서 좋은 인플루언서가 될 사람을 가려내는 방법 등 마케팅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라고 선발한 홍보대사에게 브랜드나 제품의 특정 측면에 대한 정보만 주고는 ‘각본대로 행동하기’를 요구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회사와 브랜드, 제품 포장지, 최고경영자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까지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말로 이야기가 퍼져나가길 원한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자발적 동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영업사원 취급을 받는 순간 떨어져나간다는 귀띔도 실제적이다.

‘입소문을 낳는 이야기’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유아용 식탁 의자를 만드는 가구회사의 예를 든다. 저자는 “기업이 창립 75주년을 맞았고 창립자가 이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이야기 따위엔 아무도 관심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입소문을 내고자 한다면 ‘우리 회사의 유아용 의자를 사용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빨리 성인용 의자에 앉아 스스로 식사할 수 있게 된다’처럼 아이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이야기를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