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거래량 670만주…사상 최대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유가 관련 ETN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ETN 시장이 원자재 전문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평균 ETN 거래량은 670만3066주를 기록했다. 2014년 ETN 시장이 출범한 뒤 사상 최대치다. 지난 1월만 해도 하루평균 거래량이 182만 주에 불과했지만 8개월여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특정 지수나 자산가격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올 들어 ETN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는 최근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원유 가격 상승분만큼 이익을 내는 상품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 6월 말 배럴당 42.53달러(21일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자 유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 7월부터 원유 관련 ETN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한 이유다.

지난 11일 기준 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1.30달러에 거래돼 6월21일 저점보다 20.6% 올랐다. 지난달 ETN 매수 상위 5개 종목은 모두 원유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선물’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이 152만1065주로 가장 많았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TI 하루 상승폭의 두 배만큼 수익률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과 하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은 ETN 시장에만 있다”며 “원유 관련 레버리지와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ETF와 ETN 상장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도 ETN 시장을 원자재 관련 상품 시장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새로 상장한 ETN 9개 종목 중 손실제한 ETN 2개를 뺀 7개가 은,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을 따라가는 상품이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