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얼굴을 드러낸 배상문(31)이 야심차게 준비한 복귀전에서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배상문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드 스파 노스(파72·7166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2017-2018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총상금 620만달러) 2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4개로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전날 열린 1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기록한 그는 2라운드 중간합계 4오버파 148타로 공동 121위에 그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티샷과 아이언샷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적중률이 각각 57%,67%. 모처럼의 출전치고는 나쁘지 않은 정확도를 보였다. 문제는 그린 근처에서의 어프로치와 퍼팅이었다. 특히 벙커샷이 무뎠다. 배상문이 이날 전반에 내준 3개의 보기는 모두 벙커샷을 세이브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배상문은 15번(파3),16번)파5),17번(파4)홀에서 3홀 연속 보기를 내준 탓에 부담을 안고 2라운드를 풀어나가야 했다. 전반 마지막홀인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8개홀 연속 파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 결국 마지막 9번홀(파5)에서 보기 한 개를 더 내준 채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홀 보기는 60cm짜리 짧은 파 퍼트 실패로 내준 것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배상문은 2년만에 PGA 정규 투어에서 티샷을 했다. 마지막 티샷이 2015년 9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4차전인 투어챔피언십이다. 그동안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군에 입대해 소총수로 복무한 뒤 지난 8월 전역했다. PGA는 배상문의 군복무 기간을 인정해 2017-2018 시즌 출전권을 줬다. 배상문은 복귀전 준비를 위해 제대 직후 국내 대회에 출전했지만 역시 컷 탈락했다. 미국에도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건너가 워밍업을 하며 복귀전을 맞이했지만 예상보다 2년간의 공백이 컸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배상문은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골프의 강자다. 국내 투어(KPGA) 9승,일본 투어(JGTO) 3승,PGA 투어 2승 등 통산 14승을 수확했다. 2012년 PGA 투어에 진출해 2013년 5월 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올린 뒤 이듬해인 2014년 10월 세이프웨이 오픈의 전신인 프라이스닷컴에서 2승째를 신고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47),양용은(45)에 이은 세 번째 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배상문과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도 중간합계 이븐파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2타를 줄였지만 전날 2오버파를 친 탓에 커트라인인 1언더파에 딱 1타가 모자랐다.
‘독일병정’ 김민휘(25)는 반대로 이틀째 상승세다. 김민휘는 이날 보기는 두 개로 틀어막고 버디 7개를 쓸어담아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5언더파를 친 김민휘는 공동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열린 1라운드에서 김민휘는 버디 3개,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61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김민휘는 첫날 전반에서도 버디만 3개를 잇따라 잡아내는 등 샷감이 무르익은 상태다. 전날 7언더파를 쳤던 타일러 던컨(미국)이 이날 6타를 추가로 덜어내는 불꽃샷을 선보인 끝에 13언더파 단독 선두다.

2015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동한 김민휘는 올 시즌 가장 안정된 성적을 쌓아가고 있다. 3월 푸에르토리코오픈 공동 3위에 이어, 6월 세인트쥬드클래식 공동 2위 등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상금순위에서도 데뷔 이래 가장 좋은 95위(112만5368달러)에 랭크돼 있다. 세이프웨이 오픈은 지난해에도 공동 13위라는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 대회다.

김민휘는 2013년과 2014년 2년간 웹닷컴투어(PGA 투어의 2부 투어)를 거쳐 2015년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성적 부진으로 웹닷컴투어로 내려갔고, 성적 상위자 자격으로 다시 올 시즌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그만큼 골프가 절실하다.

전날 1오버파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강성훈(30)이 이날만 4언더파를 몰아쳐 중간합계 3언더파 공동 45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