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클래식 최종 라운드 2타차 역전극
이정은, 약 60만원 모자라 상금 10억원 돌파 못 해
시드 걱정하던 상금 78위 이다연, 생애 첫 우승 반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차 이다연(20)은 신인이던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시즌 초반에 롯데마트여자오픈과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에서 4위를 차지하며 이소영(20), 이정은(21)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6월 이후 13차례 대회에서 12차례 컷 탈락하면서 상금랭킹 60위 밖으로 밀려났다.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입스에 걸렸다.

시드 확보조차 어려워 보이던 이다연은 극적으로 살아났다.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공동 15위에 올라 8개 대회 연속 컷 탈락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데 이어 팬텀 클래식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팬텀 클래식에서 받은 상금 1천500만원 덕에 이다연은 2017년 시드를 가까스로 지킬 수 있었다.

이 대회 전까지 시드를 잃는 60위 밖에 있다가 60위 이내로 진입한 유일한 선수가 이다연이었다.

시즌 최종전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예고한 이다연은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새롭게 후원사도 얻고 충실한 겨울 훈련으로 기대감 속에 시즌 개막을 기다리던 지난 3월 25일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동안 병원에 누워서 지내는 사이 시즌은 시작됐다.

퇴원하고도 골프 스윙을 하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렸다.

6월 한국여자오픈부터 대회 출전을 시작했다.

이미 11차례 대회가 치러진 뒤였다.

하지만 스윙할 때 체중을 받쳐주는 왼쪽 발목 인대 부상 후유증 회복은 더뎠다.

2개 대회 연속 기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었다.

다시 시드 걱정을 할 처지였다.

아니 아예 시드전을 대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대회에 출전했다.

작년 같은 반전이 일어날 조짐이 보였다.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부터 5개 대회 연속 컷을 통과했다.

잠깐이지만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5경기에서 받은 상금으로 상금랭킹이 78위(4천896만원)까지 올랐다.

희망이 보였다.

"남은 다섯 번 대회에서 어떻게 해서든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해보겠다"던 이다연은 1일 경기도 용인 88 컨트리클럽 나라·사랑코스(파72)에서 열린 팬텀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시드 유지를 걱정하던 처지에서 단숨에 챔피언의 반열에 오른 이다연은 2019년까지 시드 확보와 함께 우승 상금 1억2천만 원을 받아 상금랭킹 27위(1억6천896만원)로 올라섰다.

전날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공동선두 그룹에 2타차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다연의 우승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올해 2승을 올린 오지현(21)과 통산 5승을 따낸 '퍼팅 달인' 이승현(26)이 공동선두였고 3승을 쓸어담은 상금랭킹 2위 김지현(26)도 2타차 공동 4위로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아무도 이다연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1번홀(파4)부터 버디로 시작한 이다연은 6번(파4), 7번홀(파3) 연속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라섰고 9번(파4), 10번홀(파5) 연속 버디로 순위표 맨 윗줄을 꿰찼다.

승부는 사실상 13번홀(파3)에서 결정됐다.

이다연은 13번홀에서 티샷을 홀 2m 앞에 떨궈 버디를 잡아낸 반면 1타차로 추격한 오지현은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었다.

오지현은 17번홀(파4) 버디로 1타차까지 추격했지만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0m 거리에 떨구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오지현은 버디 4개를 잡아냈지만 고비마다 나온 보기 2개에 발목이 잡혀 시즌 3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다연은 "실감이 안 난다. 우승 생각 없이 경기 자체에 집중했다"면서 "시드 걱정을 우승으로 떨쳐 기쁘다"고 말했다.

2타를 잃어 공동7위(6언더파 210타)로 마친 김지현은 상금랭킹 2위를 지켰다.

이 대회에서 29위 이내에만 입상하면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이정은은 공동30위(1언더파 215타)에 그친 바람에 59만7천여원이 모자란 9억9천940만원에 머물렀다.

(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