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재인수 불가능 생각"
"일자리 유지 방향으로 구조조정 진행하겠다"
"돌발상황 없으면 연말까지 유동성 문제 없어…신규자금 투입은 공평분담 원칙"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부의 국정 방향에 발맞춰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개인적인 판단임을 전제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재인수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본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향후 처리 방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자율협약을 맺고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대해 연말까지 상환을 연기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기존 주주협의회 소속 8개 기관과 신한은행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신한은행은 금호타이어의 해외법인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외부 전문기관이 경영 실사를 해 중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조기 정상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만남과 관련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고, 경영권, 우선매수권, 상표권 등 기득권을 내려놓는 통 큰 결단을 했다"며 "저에게 수차례 한 박 회장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당시에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대한 언급은 서로 없었다"면서도 "지금의 금호산업 형편으로 실질적으로 재인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박 회장이 그동안 지역사회에 기여한 점과 금호타이어 정상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경영권 '박탈'이 아닌 '포기'라는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표권은 채권단이 박탈할 수 있는 없는 것인데 이 부분도 박 회장이 포기해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상표권 관련한 법률적인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재매각 과정에 박 회장이나 금호석유화학의 참여를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이 출자 전환한 주식에 대한 관리 및 매각 준칙에 맞춰 판단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단, "돈을 더 준다는 곳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을 잘 경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여러분이 우려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칙은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이 만든 규칙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선정과 우선매수권의 부여 등에 대한 원칙 등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연말까지 돌발상황이 없는 한 금호타이어에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법인 처리 문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채무는 2조9천억원으로, 이 중 채권단 자율협약에 포함된 채무는 1조9천억원이다.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의 채무 3천600억원 중 1천억원이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나 중국 금융기관과 원만히 협의하면 상환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산업은행은 보고 있다.

인적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하겠다"며 "이해 당사자들이 얼마나 협조하고 정상화 노력에 동참하느냐에 일자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용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많이 할수록 인력 구조조정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상화 방안이 나와야 신규자금 투입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며 "신규자금이 필요하다면 채권단과 협의해서 공평한 분담 원칙에 따라 자금이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시중은행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규자금 투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강력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의 추가적인 출자전환이나 감자에 대해서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경영진의 조건으로 업계와 기업에 대한 이해, 전문성, 리더십, 인품 등을 제시했다.

그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광주로 내려가 마음을 터놓고 노조와 지역주민 대표, 채권단 대표와 협의할 계획"이라며 "광주 지역사회와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은 노심초사하지 말고 한가위에 마음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