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Fed의 보유자산 매각'이 두려운 일곱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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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최후카드' 꺼낸 Fed
9년 만에 통화정책의 대전환
증권사, 선제적 리스크 관리 시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9년 만에 통화정책의 대전환
증권사, 선제적 리스크 관리 시급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마침내 미국 중앙은행(Fed)이 ‘보유자산 매각’이라는 출구전략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리 인상 로드맵도 유지해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다음달부터 Fed가 보유자산을 본격적으로 처분하기 시작하면 대내외 금융시장에 나타날 새로운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부분 증권사는 ‘보유자산 매각이 두렵지 않다’는 시각이 있으나 9년 만에 이뤄지는 ‘통화정책의 대전환’인 만큼 그 자체가 의미가 크고 경계해야 한다. 9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토대로 주식 매입을 권유한 것이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실(다우존스지수 45% 하락, 코스피지수 65% 폭락)을 가져다줬다.
둘째, 정책금리 인상과 달리 보유자산 매각은 시중금리를 끌어올린다. 2015년 12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오히려 시중금리는 떨어지는(미국 10년물 국채금리 2.7%대→2.1%대)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재현됐다. 2019년 말로 예상된 보유자산 매각이 다음달로 앞당겨지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반비례 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
셋째, 세계 총부채가 152조달러(IMF 기준)로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한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보유자산 처분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경제주체가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경감 환상(debt deflation syndrome)’에 빠지게 해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의 역풍이다.
넷째, 보유자산 매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시장에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시적으로 써야 할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9년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거품 논쟁’이 제기된 지 오래됐고, 채권시장에서도 ‘순간 폭락(flash crash)’ 우려가 확산돼 왔다. 작년 12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택시장의 대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섯째, 보유자산 매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Fed는 미국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부(富)의 효과’가 지탱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노동 생산성과 임금 상승률이 정체돼 있는 점에 주목해 보유자산 처분으로 자산 효과가 사라질 경우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침체론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여섯째, Fed에 이어 다른 중앙은행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금융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영국은행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Fed의 보유자산 처분에 맞춰 유럽중앙은행도 다음달에는 양적 완화를 추가로 축소하거나 중단할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째, 우리가 속한 신흥국도 ‘긴축 발작’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한마디로 환차익과 금리 차를 겨냥해 들어온다는 의미다. 다음달부터 Fed를 필두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이 차례로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유입(포지티브 캐리 트레이드)’보다 ‘유출(네거티브 캐리 트레이드)’될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을 추진해 자산거품 제거, 지속적인 성장기반 확보 등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금융시장과 경기를 망쳤던 1930년대 Fed의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 2006년 전후 일본은행(BOJ)의 후쿠이 불명예(Fukui’s disgrace)가 대표적인 예다. 출구전략 추진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로 Fed가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가 생명이다. 꼬리 위험(tail risk·가능성이 적으나 발생하면 큰 파장을 몰고 오는 위험)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발생 가능성이 최소 50% 이상 되는 리스크는 투자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리스크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보유자산 매각이 두렵지 않다’고 결론부터 내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낙관적인 근거만 제시하는 보고서는 증권사의 본업을 외면하는 행위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첫째, 대부분 증권사는 ‘보유자산 매각이 두렵지 않다’는 시각이 있으나 9년 만에 이뤄지는 ‘통화정책의 대전환’인 만큼 그 자체가 의미가 크고 경계해야 한다. 9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토대로 주식 매입을 권유한 것이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실(다우존스지수 45% 하락, 코스피지수 65% 폭락)을 가져다줬다.
둘째, 정책금리 인상과 달리 보유자산 매각은 시중금리를 끌어올린다. 2015년 12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오히려 시중금리는 떨어지는(미국 10년물 국채금리 2.7%대→2.1%대)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재현됐다. 2019년 말로 예상된 보유자산 매각이 다음달로 앞당겨지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반비례 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
셋째, 세계 총부채가 152조달러(IMF 기준)로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한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보유자산 처분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경제주체가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경감 환상(debt deflation syndrome)’에 빠지게 해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의 역풍이다.
넷째, 보유자산 매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시장에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시적으로 써야 할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9년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거품 논쟁’이 제기된 지 오래됐고, 채권시장에서도 ‘순간 폭락(flash crash)’ 우려가 확산돼 왔다. 작년 12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주택시장의 대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섯째, 보유자산 매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Fed는 미국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부(富)의 효과’가 지탱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노동 생산성과 임금 상승률이 정체돼 있는 점에 주목해 보유자산 처분으로 자산 효과가 사라질 경우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침체론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여섯째, Fed에 이어 다른 중앙은행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금융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영국은행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Fed의 보유자산 처분에 맞춰 유럽중앙은행도 다음달에는 양적 완화를 추가로 축소하거나 중단할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째, 우리가 속한 신흥국도 ‘긴축 발작’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한마디로 환차익과 금리 차를 겨냥해 들어온다는 의미다. 다음달부터 Fed를 필두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이 차례로 출구전략을 추진하면 ‘유입(포지티브 캐리 트레이드)’보다 ‘유출(네거티브 캐리 트레이드)’될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을 추진해 자산거품 제거, 지속적인 성장기반 확보 등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금융시장과 경기를 망쳤던 1930년대 Fed의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 2006년 전후 일본은행(BOJ)의 후쿠이 불명예(Fukui’s disgrace)가 대표적인 예다. 출구전략 추진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로 Fed가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가 생명이다. 꼬리 위험(tail risk·가능성이 적으나 발생하면 큰 파장을 몰고 오는 위험)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초불확실성 시대에 발생 가능성이 최소 50% 이상 되는 리스크는 투자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리스크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보유자산 매각이 두렵지 않다’고 결론부터 내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낙관적인 근거만 제시하는 보고서는 증권사의 본업을 외면하는 행위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