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신사업으로 불황 이겨낸 기업들

농부가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 위해선 적기에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한다. 기업의 연구개발(R&D)은 미래를 보장하는 씨앗이다. 경기침체기에도 앞날을 위해 연구개발의 씨앗을 뿌리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곳곳에 있다. 이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승부를 건다. 시화산업단지의 대모엔지니어링과 판교의 마이크로디지탈이 그들이다. 기술로 승부하는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봤다.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이 시화공장에서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스마트 브레이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이 시화공장에서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스마트 브레이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시화산업단지 끝자락 군자천변에 있는 대모엔지니어링(회장 이원해) 공장에 들어서면 ‘스마트 브레이커’가 놓여있다. 브레이커는 굴삭기 끝에 달아 암반을 파쇄하거나 뚫는 장비다. 이 회사의 브레이커에 ‘스마트’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단순한 브레이커가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암반상태를 스스로 인지해 힘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원해 회장(61)은 “기계부품연구원과 3년간 공동 개발한 이 장비는 암반 경도에 따라 자동으로 타격력과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자동 스트로크 조절기술)을 접목해 효과적으로 암반을 부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반 종류에 따라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강력한 힘을 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종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 제품과 관련해 약 10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지난 8월 ‘신기술(NET)인증’을 받았다. 이 회장은 “연내 현장테스트를 끝내고 내년 초부터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된 시장은 미국 중국 아시아 유럽 등이다.

이 회사는 약 300억원을 투자해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에 연내 새 공장을 착공한다. 2019년 초 가동에 들어갈 이 공장은 부지 약 1만6500㎡에 연건평 1만4400㎡ 규모다. 새 공장에는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2~3개를 함께 입주시킬 계획이다.

남들이 불황이라고 설비투자와 신제품 개발을 주저하는데 이 회사는 거꾸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 3대 어태치먼트(건설 부속장비)업체로 도약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 내년 목표는 600억원”이라며 “건설기계용 어태치먼트부문에서 글로벌 순위가 현재 10~15위 수준이지만 신기술과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암반을 뚫는 브레이커뿐 아니라 건물을 부수는 크러셔, 철근을 자르는 셰어, 바닥을 다지는 콤팩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이들 부속장비를 국산화해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유한공고,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이 회장의 현장 경험은 40년에 달한다. 공고 시절부터 기계를 만졌고 기술하사관으로 군복무를 하면서도 기계가공 수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 회사 이병기 사장도 마찬가지다. 대모엔지니어링 창업멤버인 이 사장도 유한공고와 유한대학을 거쳐 줄곧 기계장비 분야에 몸담는 등 35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유한동문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동문들과 힘을 모아 후배들의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방학 중 한 달간 해외에 체류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중국에 18명, 미국에 3명을 연수시켰다. 현지 문화체험과 기업방문 언어연수를 겸하는 프로그램이다.

21명 중 유한공고생은 17명이고 군자공고 2명, 안산공고 2명이 포함돼 있다. 군자공고와 안산공고생은 ‘스마트허브(반월시화산업단지)사회공헌위원회’ 후원을 받았다. 이 회장은 미국팀과 2주간 동행했다.

이 회장은 “유한공고를 설립한 고 유일한 박사의 발자취를 따라 헤이스팅스고등학교와 칼리지를 방문해 생활성적표 졸업앨범 소년병활동사진 기념비를 둘러봤고 미시간주립대도 방문했다”며 “세계적인 농기계업체인 존디어와 자동차업체 포드도 견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외국의 현장을 보여줘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게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이 행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