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 지지 받더라도 2002년 성공 재현 매우 어려워"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현지시간)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한국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최근 9회 연속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를 위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고 한국 측이 원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기꺼이 돕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취재진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자신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의 역할과 관련, 히딩크 전 감독은 내년 러시아 월드컵 때 미국 방송에서 해설을 맡기로 한 점 등을 언급하며 일단 월드컵 축구팀 감독보다는 기술자문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으나 축구 감독팀을 맡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축구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에 있는) 재단 사람들을 통해서 지난 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또 축구협회에서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나의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감독이든 기술자문이든 뭐라고 언급하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사를 내비친 내비친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도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며, 세번째로 한국 축구팀이 잇따라 6~7회(연속 9회를 착각한듯) 진출했다.
이번에 월드컵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지만 앞으로가 더 복잡하다.
한국 월드컵 축구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필요하면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얘기가 오갔나.
▲아직 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얘기된 것은 없다.
--축구협회가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제안하면 어떻게 하겠나.
▲나는 우선 내년 러시아 월드컵 때 미국 폭스 TV로부터 해설자 제안을 받았고 하기로 약속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나에게) 어떤 바람이 있고 제안을 해온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 (답을 줘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것이고, 자문하는 상황은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대표팀 감독은 아니지만 고문 역할은 가능하다는 것인가.
▲ 현재로선 내가 하기로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수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두겠다.
--당신은 한국에서 '레전드'다.
이번에 다시 감독을 맡았다가 실패하면 당신의 명성이 훼손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술고문을 맡는다면 명성이 훼손될 위험은 없겠지만.
▲큰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은 우선 그 수준에 맞도록 자기 실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또 감독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축구협회가 원하면 자문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체면이 상하거나 명성이 훼손되는 것은 상관 안 한다.
나는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건 실패할 수 있으니 큰 위험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나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실패할 수 있다.
항상 톱이 될 수는 없다.
때때로 실패해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실패해도 일어나면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팀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팀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온·오프로 경기를 봐야 한다.
최근에 (한국 대표팀)경기를 못봤지만 최근 성적 결과를 보면 정직하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아름다운 얘기는 아니지만, 한국 축구 선수들이 해외에서 펼친 수준에 비해 부족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 해외파 선수들이 많은데,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할 때 자신의 역할, 위치가 뭔지를 알면 문제가 없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1주에 3-4일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경기에 적응하는데) 좋은 위치에 있다.
--한국팀이 내년에 월드컵 8강 진출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하나.
▲모르겠다.
아직 월드텁 결선 대진표도 짜이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국은 아직 축구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는 아니다.
우선 32강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잘해야 세 번째 단계로 갈 수 있다.
--한국 대표팀 가운데 주목할 선수는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해 있는 선수가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
전체 선수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평가하기는 공정하지 않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한국은 2002년까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쉽지 않겠지만 젊은 선수를 발굴해서 교육해야 한다.
5~6세부터 18세까지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모든 연령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떤 기관이 행한 비공식적으로 행한 조사를 보면 90% 이상이 히딩크 전 감독을 지지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 2002년의 성공, 축구에서 역사적인 순간에 대해 돌이켜 보는 것은 소중한 기억이지만 시간이 많이 변했다.
감독 방식이나 자문 방식도 2017, 2018년 상황에 맞아야 한다.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내 아이디어나 나의 어떤 역할에 대해 지지하고 또 그게 모두에게 좋다고 하더라도 2002년의 성공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렵다.
매우 어렵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히딩크 전 감독을 다시 감독으로 영입하자는 청원운동이 벌어져 수천 명이 서명했는데.
▲청와대는 정치 영역이고, 나는 스포츠 영역에 있다.
축구협회가 월드컵을 잘 준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축구협회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암스테르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