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이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 가을음악회’를 열었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협연 뒤 첼리스트 드미트리 페이긴과 금난새 음악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금난새 음악감독이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이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 가을음악회’를 열었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협연 뒤 첼리스트 드미트리 페이긴과 금난새 음악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관현악의 섬세한 연주와 첼로의 격정적 독주가 서로 밀고 당기며 팽팽한 긴장을 이어갔다.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이끄는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러시아 첼리스트 드미트리 페이긴(사진)이 12일 협연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연주에서다. 가을밤에 제격인 낭만적 선율과 깊은 서정성을 제대로 표현해낸 한경필의 연주에 관객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성숙한 한경필과 노련한 페이긴

한국경제신문 창간 53주년을 기념하는 ‘한경 가을음악회’가 이날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필하모닉 연주로 열렸다. 이 무대는 ‘the Essence of Orchestra(관현악의 정수)’란 부제에 걸맞게 웅장하면서 깊이 있는 곡들로 한층 빛났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란 거장들의 대표작을 통해 창단 3년째를 맞은 한경필하모닉은 더욱 성숙해진 모습과 탄탄해진 실력을 뽐냈다.

한경필하모닉은 국내 신문사 최초로 창단한 새로운 모델의 민간 오케스트라다.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창단 이후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에 이르는 국내 주요 도시 공연을 통해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을밤 수놓은 슬라브 선율…'한경필 사운드' 빛났다
이날 첫 연주는 부제를 ‘한경필하모닉의 정수’라고 바꿔 달아도 될 만큼 돋보였다. 페이긴과 함께 선보인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힐 만큼 강렬하면서도 다양한 감정선을 담고 있다. 낭만파의 협주곡답게 거장적인 독주 기교도 돋보이지만 ‘교향적 협주곡’으로 불릴 만큼 오케스트라 비중과 역할이 크고 중요한 곡이다. 한경필하모닉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며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3악장에 두드러지는 드보르자크 특유의 슬라브 리듬과 선율을 잘 살려냈다.

함께 무대에 오른 페이긴은 화려한 기교보다 음표의 길이를 충분히 살리는 등 담백한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쇼스타코비치 실내악 콩쿠르 등 국제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했을 뿐 아니라 일본 도쿄음대 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관현악의 역동적 선율과 에너지

2부에선 베토벤 교향곡 7번이 울려퍼졌다. 이 연주에선 마치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 듯 강렬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선율이 이어졌다. 금 감독은 단원을 일사불란하게 이끌며 하나의 거대한 폭풍우를 만들어냈다. 반복적인 리듬과 규칙적인 악센트가 빠르게 흘러가며 소용돌이치듯 음이 쏟아져 내렸다. 영화 ‘카핑 베토벤’ ‘킹스 스피치’ 등을 통해 잘 알려진 2악장이 연주될 때에는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흥얼거리는 객석 표정도 눈에 띄었다. 압권은 마지막 4악장이었다. 빠르고 역동적으로 펼쳐진 선율과 에너지에 큰 감동을 받은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앙코르곡으로는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을 선보였다. 체코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활기찬 선율이 펼쳐지며 관객들도 몸을 들썩였다.

이날 공연엔 한국경제신문 창간을 축하하고 한경필하모닉 연주를 즐기기 위해 각계 인사도 참석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윤경희 CD&R코리아 회장 등이 공연장을 찾아 한경 창간을 축하하고 클래식 선율을 즐겼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