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공연에 들어가면 한시름 놓는다고 하는데 레베카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체력 관리는 물론 마인드 컨트롤도 잘못하면 공연을 망치죠. 완성도 높은 2시간을 위해서 1분 1초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뮤지컬 ‘레베카’(연출 이지나)에 출연 중인 걸그룹 에프엑스 루나(박선영·24)의 말이다. 루나는 지난 6일 한경텐아시아와 만나 “꿈에 그리던 작품에 출연하게 돼 하루하루가 감동”이라며 “오는 11월12일까지는 레베카에만 집중하며 예상을 뒤엎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9년 에프엑스로 데뷔한 루나는 이듬해 ‘금발이 너무해’를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로도 입지를 굳혔다. 지난달 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 레베카에서 그는 ‘나(I)’ 역을 맡았다. 루나는 “176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민영기·정성화·엄기준·송창의·김선영·신영숙·옥주현 등 베테랑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게 떨리면서도 즐겁다”고 말했다.

“레베카 삽입곡의 음역이 낮아서 ‘에프엑스 루나’로서는 가장 어려운 작품입니다. 저를 버리는 작업이 힘들었죠. 막심이란 남자를 만나 단단하게 사랑을 이뤄내고 여성으로 거듭나는 소녀를 연기해야 하는데 ‘소녀’라는 단어가 무거웠어요. 자칫 에프엑스 루나처럼 보일까 봐서요. 난관이 있었지만 정성화·옥주현 선배가 정말 많이 도와줬습니다. 공연 10분 전까지도 대사를 맞춰줬어요.”

루나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에서 스스로 벗어났다. 관객들은 레베카에 녹아든 루나가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나’를 잘 표현했다고 호평했다.

“사실 가수가 되기 전부터 뮤지컬 배우를 준비했어요. 좋아하는 춤과 노래, 연기를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거든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루나라는 배우의 독특한 색깔을 찾고 싶습니다.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이고요.”

에프엑스는 5일 데뷔 8주년을 맞았다. 2015년 멤버 설리의 탈퇴로 4인 그룹이 된 이들은 깜찍하거나 섹시함을 내세우는 다른 걸그룹과는 달리 실험적인 노래와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루나는 “가수로 무대에 오르면 자유로운데 뮤지컬은 나에게 숙제”라며 “배우로서 자유로워지는 게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걸그룹 핑클 출신이면서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더 인정받는 옥주현이 그의 롤 모델이다.

“옥주현 선배는 아이돌 출신에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고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돼 주고 있어요. 자기 관리가 철저해요. 몸에 해로운 건 절대 하지 않죠.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워야 할 점이에요. 항상 저에게 ‘목 상태는 어떠니?’라고 물어봐 주고 마사지하는 법까지 알려줍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를 챙기죠.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바다 같은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글=김하진/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