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콘퍼런스

전승철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총재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이틀째 열린 '아시아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콘퍼런스에 토론자로 나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가까운 미래에 진행될 또 다른 '테이퍼텐트럼'은 주요 관심사항 중 하나"라며 "한국은행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테이퍼텐트럼은 연준 양적완화 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을 말한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의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준은 이달부터 4조5천억 달러 규모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문제에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정책이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금융시장 여건도 완화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통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금리를 말한다.

전 부총재보의 이런 언급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바꾼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콘퍼런스 환영사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이 과도하면 금융 불균형이 누적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피터슨연구소의 조지프 가농 선임 펠로우는 콘퍼런스에서 "통화완화 지속으로 발생할 금융시장 불안요인은 차입한도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으로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화완화가 금융불안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나 코르바초 국제통화기금(IMF) 과장 등은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아시아 각국 성장세가 낮아지고 재정건전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