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개발도상국에 5억달러 지원
북핵 규탄 담은 '샤먼 선언' 채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5개국 정상은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경제구조의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다자 간 무역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파리 기후변화협약도 저항에 직면해 있다”며 “5개국 정상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녹색 개발과 저탄소 경제를 촉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동시에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해 신흥개발국 간 협력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간 ‘남남(南南)협력’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태국, 멕시코, 이집트, 타지키스탄, 기니 등 5개 개도국과의 확대 정상회의에서 남남협력에 5억달러(약 5658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점증하는 경제 위기와 경기 하방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신흥경제국과 개도국이 브릭스 체제와 개도국 모임인 77그룹 등을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 모델을 제시한 세계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 했지만 개막 직전 터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이런 의도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릭스 5개국 정상은 전날 통과시킨 샤먼 선언에서 “북한이 한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 규탄 외에도 71개 항목으로 이뤄진 샤먼 선언에는 브릭스 신개발은행(NDB)과 위기대응기금 설립, ‘브릭스 국가 경제동반자 전략’ 제정 등이 담겼다. 하지만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브릭스 플러스(+) 협력모델은 한 구절만 들어가는 데 그쳤다. 다른 회원국이 브릭스 체제 확대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경제기술 교류협력 프로젝트 추진에 5억위안(약 865억원), NDB 준비자금으로 400만달러 등 총 8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