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중국 금융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안방보험그룹이 보유 중이던 국유 은행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일부 투자상품 판매가 중단된 데다 신규 대출까지 막혀 유동성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농업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보유 중이던 4개 국유은행 주식을 매각해 66억위안(약 1조1255억원)을 조달했다.

계열사 안방생명보험이 운용하는 펀드 두 개가 지난 2분기 농업은행 주식 8억8130만주를 팔았다.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주식도 각각 3억940만주, 3억2710만주를 처분했다. 또 따른 계열사 화해건강보험은 건설은행 주식 1억3120만주를 매도했다. 매각 총액은 최소 66억2000만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 매각은 안방생명이 지난 5월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직후 시작됐다. 보감회는 고위험 투자상품 규제를 강화하고 보험사의 무분별한 M&A를 막기 위해 안방보험 계열사의 일부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신규 보험상품 판매 승인도 중단했다. 6월에는 중국 은행들이 안방보험그룹과의 거래를 끊었다.

이반 리 헝다증권 트레이더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방보험이 주식을 처분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펀드매니저는 “중국 정부는 신뢰를 잃은 개인이나 기관이 대규모로 국유은행 지분을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식 매각은 일반적인 금융 거래라기보단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2004년 자동차보험을 파는 소형 보험사로 출발한 안방보험그룹은 해외에서 공격적인 M&A를 하며 대형 보험사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6월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전격 체포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