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운영으로 기관실 없어…전동차 내부에 성형외과 광고 대신 예술작품 "지금 북한산우이, 북한산우이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말끔한 승강장으로 낯선 연둣빛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매끈한 곡선을 자랑하는 2량의 전동차 내부에 발을 들이자 새 차에서 맡을 수 있는 그런 냄새가 났다.
이 차량은 바로 개통을 나흘 앞둔 서울 시내 최초의 경전철 노선인 우이신설선이다.
서울시는 취재진과 일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29일 오전 시승 행사를 열었다.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해 1·2호선 환승역인 동대문구 신설동역까지 11.4㎞를 약 23분에 주파하는 노선이다.
지하철이라고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접할 수 있는 4호선밖에 없던 인근 지역 주민에게는 '단비'와 같은 도시철도다.
경(輕)전철은 중(重)전철과는 달리 전동차 크기나 수용 인원이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철도를 가리킨다.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중전철인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1량당 길이 20m·폭 3.2m·높이 3.6m인 데 비해, 우이신설선 전동차는 1량당 길이 14m·폭 2.65m·높이 3.6m다.
중전철보다 건설비와 관리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서울에 앞서 용인, 부산·김해, 의정부 등지에서 먼저 도입한 바 있다.
수용 정원도 중전철은 1천 명을 훌쩍 뛰어넘지만, 2량으로 운행되는 우이신설선은 편성(세트)당 정원이 174명에 그친다.
이같은 경전철의 특성상 객실 통로와 좌석의 폭도 상대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어 1∼8호선에 익숙한 시민의 눈으로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 자리에 앉으니 생각보다 좌석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몸집이 과거보다 커진 한국인의 체형 변화를 고려해 객실 좌석 폭을 당초 계획 43㎝보다 2㎝ 늘려 45㎝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량에 불과한 '꼬마 열차'다 보니 취재진과 관계자 100여명에도 실내는 북적였다.
이 때문에 정식 개통 이후 출퇴근 시간 지역 주민이 몰릴 경우 9호선처럼 큰 혼잡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동차 내부에는 서로 다른 승객의 키를 배려해 연두색 손잡이가 '제각각' 길이로 늘어져 있었고, 천장에는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CCTV 2대가 자리했다.
가장 눈에 띈 점은 기존 지하철 전동차 내부를 장식하던 성형외과나 취업학원 광고가 사라지고, 젊은 예술 작가의 작품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우이신설선은 '상업광고 없는 문화철도'를 내걸고 전동차 내부는 물론, 역사와 승강장에서 상업광고를 없앴다.
특히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광고판을 없애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승객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탑승한 전동차 한 칸에서는 시민 1천여 명의 각양각색 얼굴이 승객을 맞이했다.
이 '얼굴' 가운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옆 칸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DJ DOC·터보·에픽하이 등 가요계 유명 그룹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전동차 전면에는 기관실 대신 유리창이 자리했다.
신분당선에서 먼저 선보인 것처럼, 이를 통해 승객이 터널 내부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우이신설선 전동차에는 종전 지하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비도 갖췄다.
우선 전동차 전면 상단에는 행선지를 안내하는 모니터와는 별도로 열차의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화면인 '스마트 지하철'이 설치됐다.
이 화면은 현재 전동차의 운행 속도, 내부 온도, 외부 날씨, 객실 혼잡도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그 아래에는 비상시 승객이 손잡이를 조작하면 문이 열려 철로로 대피하게 하는 장치가 설치됐고, 객실에는 이산화탄소 감지기가 마련돼 공기 중 농도가 2천ppm을 넘으면 환기구를 열어 외부 공기가 유입되게 했다.
또 출입문 옆에는 비상정지버튼과 비상전화기를 각각 뒀고, 성범죄 등에 대비한 '무음경보버튼'도 마련했다.
승객이 이 버튼을 누르면 관제실 요원이 들어와 도움을 준다.
전동차의 바퀴와 출입문은 소음을 줄이는 재질로 만들어져 종전 지하철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종착역인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리자 승강장 끝자락에 곧바로 하차 게이트가 나타났다.
하차 게이트 넘어서는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져, 승강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탑승과 환승 시간을 줄이도록 역사를 설계했다"며 "하루 13만여 명의 승객이 우이신설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는 9월 2일 오전 10시 강북구 우이신설 도시철도 종합관리동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식을 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