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광풍] "정부가 손 놓은 24시간 운영 도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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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휴일도 장 마감도 없어…"새벽·휴일에도 휴대전화 못 놔"
값싸게 해외 송금 되지만 '신용카드 깡'으로 악용 우려도 직장인 김모(42세)씨는 석 달 전 직장 동료가 하는 것을 보고 재미 삼아 비트코인에 처음 투자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씨는 1비트코인을 200만원 초반에 샀는데 열흘도 안 돼 468만원까지 오르면서 한 마디로 대박을 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투자금액을 늘렸는데 비트코인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며 다시 200만원대로 급락했다.
김 씨는 "주식시장은 휴일도 있고 평일에도 3시 반이면 장이 끝나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24시간 365일 돌아간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휴일이나 새벽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 급등락 반복에 거짓 정보 난무…"정부 손 놓은 24시간 도박장"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19일 하루 거래량이 2조6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코스닥 하루 거래대금(2조4천357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빗썸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의 75%를 차지하고 회원 수만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빗썸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비트코인 캐시 등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량이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 가격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소에 의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비트코인캐시의 경우 가격이 지난 17일 33만원에서 19일 약 130만원 근처까지 갔다가 하루도 안 돼 다시 80만원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비트코인 캐시가 급등한 것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중국의 비트메인 우지한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메인이 비트코인캐시를 채굴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서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지만 비트메인이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이더리움의 개발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락했다가 해당 개발자가 트위터에 자신이 살아있다고 인증을 하자 가격이 다시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은 각종 소문에 의해 가격이 뛰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인터넷 투자자 게시판에는 각종 정보와 루머들이 섞여 있다.
대부분 특정 가상화폐가 어떤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화폐처럼 활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소문이 나오면 해당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다시 폭락하는 식이다.
정보가 제한적이고 사실 확인이 제대로 안 되며 상하한가 등 가격 제한도 없다 보니 가격이 오르면 오른다고,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투자자가 몰리는 단타 놀이터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가 손 놓은 24시간 도박장과 같다"고 평가했다. ◇ 포인트 충전해 주식처럼 거래…거래 몰리면 멈추기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빗썸이나 코인원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해당 거래소의 포인트를 충전해야 한다.
포인트 충전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거래소의 가상계좌를 이용해 현금 송금 방식으로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나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권, 기프트카드, 가상화폐 등으로 충전할 수도 있다.
이후 주식거래와 마찬가지로 상장된 가상화폐를 골라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넣으면 된다.
이렇게 사고팔 때 기본적으로 0.15%의 수수료가 들어가지만, 거래소에서 파는 할인 정액쿠폰을 사서 거래할 경우 수수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또 거래소에서 일반계좌로 돈을 출금할 때도 일정액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주식처럼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갈수록 투자자는 늘어나고 거래량은 많아지지만 거래소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각종 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다.
급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매매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주문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빗썸의 게시판을 보면 거래 지연이나 입출금 지연을 문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김 씨는 "전에는 새벽에 투자했던 화폐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 매도 주문을 눌렀지만 해당 사이트가 먹통이 되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격이 급등락 할 때 일부러 주문이 제대로 안되도록 한 뒤 거래소가 직접 거래를 해 불법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거래소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빗썸 직원의 PC가 해킹당해 고객 3만여명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가상화폐 계좌 자료 등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 값싸게 해외 송금 되지만 신용카드 깡 악용 우려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화폐를 사고파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송금 서비스다.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산 뒤 송금 상대방의 전자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달한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은 이를 다시 현지 화폐로 바꿔 가져간다.
이렇게 할 경우 은행의 해외 송금 수수료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24시간 전 세계 어디든 30분이면 송금이 된다.
정부가 핀테크 업체들에도 소액 해외 송금업을 등록할 수 있게 해주고,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해외 송금도 허용해 주면서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합법적인 해외 송금이 가능해졌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백화점 상품권 등을 살 수도 있다.
반면 제도 미비로 여러 가지 불법적 악용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속칭 '카드 깡'으로 불리는 신용카드를 활용한 현금 인출이다.
신용카드로도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만큼 가상화폐를 산 뒤 바로 팔아 이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악용을 우려해 카드사마다 거래 한도를 둔 곳도 있지만, 아직 거래 한도를 두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신용 한도만큼 현금으로 찾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지는 카드사가 아닌 전자결제대행사들이 결정한다"며 "가상화폐가 일반 금융상품이 아닌 일반 재화로 돼 있어 이렇게 악용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
값싸게 해외 송금 되지만 '신용카드 깡'으로 악용 우려도 직장인 김모(42세)씨는 석 달 전 직장 동료가 하는 것을 보고 재미 삼아 비트코인에 처음 투자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씨는 1비트코인을 200만원 초반에 샀는데 열흘도 안 돼 468만원까지 오르면서 한 마디로 대박을 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투자금액을 늘렸는데 비트코인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며 다시 200만원대로 급락했다.
김 씨는 "주식시장은 휴일도 있고 평일에도 3시 반이면 장이 끝나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24시간 365일 돌아간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휴일이나 새벽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 급등락 반복에 거짓 정보 난무…"정부 손 놓은 24시간 도박장"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19일 하루 거래량이 2조6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코스닥 하루 거래대금(2조4천357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빗썸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의 75%를 차지하고 회원 수만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빗썸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대시,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비트코인 캐시 등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량이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 가격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소에 의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비트코인캐시의 경우 가격이 지난 17일 33만원에서 19일 약 130만원 근처까지 갔다가 하루도 안 돼 다시 80만원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비트코인 캐시가 급등한 것은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중국의 비트메인 우지한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메인이 비트코인캐시를 채굴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서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지만 비트메인이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이더리움의 개발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락했다가 해당 개발자가 트위터에 자신이 살아있다고 인증을 하자 가격이 다시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은 각종 소문에 의해 가격이 뛰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인터넷 투자자 게시판에는 각종 정보와 루머들이 섞여 있다.
대부분 특정 가상화폐가 어떤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화폐처럼 활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소문이 나오면 해당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다시 폭락하는 식이다.
정보가 제한적이고 사실 확인이 제대로 안 되며 상하한가 등 가격 제한도 없다 보니 가격이 오르면 오른다고,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투자자가 몰리는 단타 놀이터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가 손 놓은 24시간 도박장과 같다"고 평가했다. ◇ 포인트 충전해 주식처럼 거래…거래 몰리면 멈추기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빗썸이나 코인원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해당 거래소의 포인트를 충전해야 한다.
포인트 충전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거래소의 가상계좌를 이용해 현금 송금 방식으로 한다.
그러나 신용카드나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권, 기프트카드, 가상화폐 등으로 충전할 수도 있다.
이후 주식거래와 마찬가지로 상장된 가상화폐를 골라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넣으면 된다.
이렇게 사고팔 때 기본적으로 0.15%의 수수료가 들어가지만, 거래소에서 파는 할인 정액쿠폰을 사서 거래할 경우 수수료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또 거래소에서 일반계좌로 돈을 출금할 때도 일정액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주식처럼 세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갈수록 투자자는 늘어나고 거래량은 많아지지만 거래소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각종 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다.
급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매매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주문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빗썸의 게시판을 보면 거래 지연이나 입출금 지연을 문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김 씨는 "전에는 새벽에 투자했던 화폐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 매도 주문을 눌렀지만 해당 사이트가 먹통이 되면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가격이 급등락 할 때 일부러 주문이 제대로 안되도록 한 뒤 거래소가 직접 거래를 해 불법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온다.
거래소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빗썸 직원의 PC가 해킹당해 고객 3만여명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가상화폐 계좌 자료 등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 값싸게 해외 송금 되지만 신용카드 깡 악용 우려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화폐를 사고파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송금 서비스다.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산 뒤 송금 상대방의 전자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달한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은 이를 다시 현지 화폐로 바꿔 가져간다.
이렇게 할 경우 은행의 해외 송금 수수료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24시간 전 세계 어디든 30분이면 송금이 된다.
정부가 핀테크 업체들에도 소액 해외 송금업을 등록할 수 있게 해주고,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해외 송금도 허용해 주면서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합법적인 해외 송금이 가능해졌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백화점 상품권 등을 살 수도 있다.
반면 제도 미비로 여러 가지 불법적 악용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속칭 '카드 깡'으로 불리는 신용카드를 활용한 현금 인출이다.
신용카드로도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만큼 가상화폐를 산 뒤 바로 팔아 이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악용을 우려해 카드사마다 거래 한도를 둔 곳도 있지만, 아직 거래 한도를 두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신용 한도만큼 현금으로 찾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을지는 카드사가 아닌 전자결제대행사들이 결정한다"며 "가상화폐가 일반 금융상품이 아닌 일반 재화로 돼 있어 이렇게 악용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